(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그전에도 재미있고 웃기는 역할을 하면 팬들이 유행어 불러주면서 좋아해 주셨는데 확실히 요즘엔 (더) 많이 관심을 가지세요. 영화를 통해서 감동이나 웃음을 얻을 때 표현이 훨씬 더 깊고 진한 것 같아요."
관객 250만명을 향해 달리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에서 톡톡 튀는 대사로 존재감을 과시한 배우 박철민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래서 흥행이 행복한 거구나 싶었다"면서 "늘 같이 있었던 동생 같고 식구 같은 김현석 감독과 한 영화라서 더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김현석 감독과 함께했던 '스카우트'가 흥행에 참패하면서 김 감독이 스트레스를 받아 귀가 잘 안들리는 등 아픔을 겪었다면서 "그런 과정을 지나왔기 때문에 '시라노'의 결과가 훨씬 더 행복하고 신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의 흥행 원인에 대해 "색다른 소재의 코미디로 잔잔한 감정을 잘 드러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감칠맛 나는 애드리브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이번에도 맛깔 나는 대사를 많이 만들어냈다.
의뢰인이 각본에 있지 않은 대사를 할 때 "대본대로 가. 난 애드리브 치는 애들이 제일 싫어"라며 화내는 대목도 사실 그가 지어낸 대사다.
그는 어렸을 때 머리를 다친 일 때문에 자신이 애드리브를 많이 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6살 때인가 3륜자동차에 매달렸는데 차가 출발해버려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어요. 그전엔 판단력도 좋았고 외우는 것, 이해하는 것도 더 잘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뒤로는 뭘 외우는 걸 잘 못하고 읽는 것도 싫어해요. 그래서 똑같은 대사를 하면 지겨우니 형용사나 비유를 자꾸 바꾸게 돼요. 그러면 신나면서 혼자 낄낄대고 웃는거죠."
40대 조연 배우들의 전성시대라 할 만큼 박철민 외에도 감초 역할을 맡는 배우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뭘 해도 약간 모자라고 어설픈 듯하면서 웃음도 유발하고 미운 짓이나 악역을 해도 밉지 않고, 그래서 정이 가는 그런 매력이 있지 않나요?"
그는 "제 연기가 잘하는 연기는 아니다"면서 "완벽한 배우가 하는 것보다 어설프지만 자연스럽고 재미있을 수 있다"면서 웃었다.
그는 또 "앞으로 악역을 하더라도 웃음의 끈은 놓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말을 많이 빨리하고 다양한 애드리브도 했다면 대사가 없이 눈빛 하나로도 공포를 주는 연기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 대부분에서 조연을 한 것에 대해서는 "내 향기와 질감에 맞는 캐릭터가 많은데 그거라도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연인 사람도 결국 이 바닥에 남아있으려면 조연으로 가게 돼 있습니다. 나이 드신 주연했던 분들 다 조연하고 계세요. 저는 조연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 자신이 잘 살릴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가 있는지를 먼저 본다고 했다.
"제가 좀 평범한 역할을 잘 못해요. 뭔가 성격 있는 독특한 캐릭터, 색깔 있는 캐릭터에 입체적으로 공기를 주입시켜 색다르게 할 여지가 있는지를 봅니다."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다 영화에 출연한 지 10년이 넘어 이제 영화와 드라마, 연극을 활발하게 오가고 있지만 그는 자신의 인생 70%가 기다리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놀이터에 애 데리고 나와서 놀게 하고 삐삐만 쳐다보면서 날 찾아주는 사람을 기다리던 시간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요. 배우는 누가 불러줘야 하는 거니까요. 6개월 내내 대사 한마디 못해보기도 했어요."
박철민은 최근 들어 전태일 다리 홍보대사로도 참여하는 등 사회 문제에 대한 목소리도 내고 있다.
"제가 목소리를 막 내는 편은 아니지만, 전태일은 워낙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을 반성하게 했습니다. 현대사의 큰 인물이니 그의 생각과 뜻을 기리기 위해 다리 이름을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카메라 앞이 아닌, 집에서 박철민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제 자식에 대한 철학은 '동생이 되자'는 것입니다. 애들이 막 대할 수 있는 부하나 동생 같은 아버지가 되는 거죠. 더 막 대했으면 좋겠어요."
두 딸의 아버지인 그는 집에서 '놀이 담당'이라면서 행복하게 웃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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