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1980년대만 해도 라디오 드라마의 인기가 정말 좋았어요.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했죠. 요즘 세대에게 라디오 드라마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습니다."
출근길 만원버스에서 숨죽이며 라디오 드라마를 듣던 경험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3D영화까지 등장한 지금 시대에는 어느새 과거의 추억이 돼 버렸다.
196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라디오 드라마는 TV의 대중화와 컬러 TV의 등장으로 차츰 인기를 잃어오다가 결국은 상대적으로 비싼 제작비 탓에 퇴출 위기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MBC가 가을 개편에서 라디오 드라마 '배한성ㆍ배칠수의 고전열전'을 신설한다. 18일부터 표준FM(95.9㎒)에서 매주 월~토요일 오전 11시45분 방송하는 이 프로그램은 MBC로서는 작년 9월 '격동50년' 폐지 이후 1년여 만에 선보이는 라디오 드라마다.
14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만난 배한성(64)은 "라디오 드라마의 르네상스를 만들 사명감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지금 후배 성우들이 700명 정도 있어요. 성우들에게 라디오 드라마는 로망 같은 것이거든요. 라디오에서 태어나 라디오에서 살아왔으니 라디오는 제 고향 같은 곳인데, 라디오 드라마가 다시 인기를 모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배한성이 후배 배칠수(38)와 함께 내레이션을 맡는다. 두 사람은 박일, 이철용 등 다른 성우와 함께 배역을 맡아 극을 이끌어간다.
제작진은 다소 무거운 느낌이었던 과거의 라디오 드라마와 달리 날카로운 세태 풍자를 코믹하게 풀어낼 계획이다.
삼국지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징병을 피하기 위해 발치가 유행이다"는 뉴스가 등장하기도 하고 고전을 다루면서도 배추값 폭등이야기를 슬쩍 집어넣는 식으로 배경은 고전이지만 현재를 이야기하는 식이다.
배한성은 "정통 드라마라기보다는 마치 만화를 라디오 드라마로 옮긴 것 같은 유쾌한 톤의 라디오 드라마"라며 "청취자들이 재미있게 들으면서도 메시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을 통해 라디오 드라마가 이제는 사라져야 할 고리타분한 골동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며 "라디오 드라마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스마트폰을 쓰는 요즘 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접근해보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칠수는 개그맨으로 활발히 활동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1999년 '수퍼보이스 탤런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연예계에 데뷔한 성우 출신이다.
배칠수는 "성우 콘테스트 출신이면서도 정통 성우의 길을 걷지 못한 내게 라디오 드라마는 꿈이자 로망"이라며 "베테랑 선배들과 함께 섞여 드라마 녹음을 하는 게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최근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의 플랫폼이 넓어지는 점을 이용해 젊은 층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계획이다.
연출을 맡은 김승월 PD는 "모바일 환경에서 라디오 드라마가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조만간 프로그램을 모바일 방송인 아이팟(IPOT) 형태로 무료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bkkim@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