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는 계절이 왔다. 여름 내내 얼음을 물고 있던 사람이라도 이런 계절엔 뭔가 따뜻한 것을 찾게 마련. 물론 여기에 따뜻한 커피 한잔만 한 음료는 없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 주변엔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다양한 커피전문점이 있다. 유명 외국 브랜드의 커피전문점은 물론 최근에는 패스트푸드점까지 커피 맛을 앞세우며 커피전문점화하고 있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이 제아무리 다양해도 커피에 대한 우리의 무한한 욕구 중 마지막 2%를 채워주진 못한다. 바로 우리의 입맛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커스트마이징에 대한 부분이다(고급스러워진 우리 식문화에 대해 설교할 생각은 없으니 그 이유에 대한 부분은 넘어가자). 커피는 믹스커피로 통하는 인스턴트 커피부터 원두커피라고 불리는 드립식 커피, 융필터까지 사용하는 제대로 된 드립커피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수요를 가진 커피의 종류는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하는 베리에이션 커피, 이른바 ‘카페라테’로 통하는 커피이다. 취향에 따라 에스프레소 원액을 즐기는 사람도 있으며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만 부은 아메리카노, 우유 등을 첨가한 라테류가 있다.
이런 다양한 방법과 베리에이션을 즐기기 위해 커피전문점에 기대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남이 타준 믹스커피 맛보다 내가 타먹는 믹스커피가 맛있는 것처럼 자신의 기호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법. 커피, 특히 에스프레소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절대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에스프레소 기기를 집 안에 떡하니 들여놓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필립스에서 소비자의 이런 욕구를 진지하게 생각한 듯하다. 필립스는 얼마 전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전문 브랜드 세코를 인수했다. 세코 인수 뒤 필립스에서 새롭게 출시한 에스프레소 머신은 총 5종.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모델은 프리미엄급 라인인 셀시스 제품이다. 디지털 시대의 미덕인 편리성에 힘입어 셀시스 에스프레소 머신은 원두만 넣어주면 자동으로 에스프레소를 뽑아준다. 물론 기존에 전자동 시스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셀시스가 돋보이는 것은 마치 DSLR의 수동 기능처럼 완벽에 가까운 맞춤 시스템에 있다.
원두의 특성과 기호에 맞출 수 있는 설정과 특허까지 받은 거품 조절기능, 특히 놀라운 것은 무려 크레마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풍부한 크레마야말로 에스프레소의 꽃이라 할 만한 것. 에스프레소 추출의 속도로부터 얻어지는 이 크레마의 양은 간단하게 추출구 위에 위치한 다이얼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조절이 가능하다. 셀시스 제품에서 눈에 띄는 기능 중 하나인 추출 전 처리과정. 추출 전 처리과정은 그라인딩된 커피를 추출 전에 물에 한번 적셔놓는 기능이다. 그 장점은 채널링 때문. 에스프레소 추출시 본의 아니게 한쪽으로만 몰려 일부만 추출되는 채널링 효과를 예방하는 것으로 더욱 깊은 맛의 커피 추출이 가능하다. 물론 물에 적셔지는 시간도 조절이 가능해 풍미 역시 조절할 수 있다. 아예 물을 적시지 않도록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 하나 단점은 40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 몇년 동안 매일 브랜드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이 엄청난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극소수일 것이다. 가격 앞에 커피믹스면 족하다고 위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커피 마니아라면 두어달치 월급쯤 무서워해야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