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영화제는 중독이다. 대학생 시절, 부산국제영화제를 관객 입장에서 뛰어다녔을 때는 하루에 4~5편을 몰아 봐도 거뜬했다. ‘아무나 봐도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서 만족하는 당신들은, 영화제에서 찾은 이 보석 같은 영화들을 발견하는 쾌감을 절대 모를 거야!’라는 자부심을 가득 품고서 그렇게 5년 넘게 부산국제영화제를 쫓아다녔다. 그때 꿈을 하나 가졌다. ‘이런 멋진 영화제를 내가 만드는 것도 멋있겠는데!’ 신기하게도 그 꿈을 현실화시킨 지금의 나는, 3년째 부산국제영화제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다. 금방 쉽게 질려버리는 내 성격에, 3년이나 영화제를 해온 걸 보면 분명히 뭔가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 영화제 일을 했을 때는, 그냥 아무것도 몰라서 시키는 일만 챙겨 하기에도 벅찼다. 그렇게 첫 영화제를 눈물 쏙 빼며 겨우겨우 치르고 나니 욕심이 생겼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다음해에 또 해보니 영화제의 전체적인 그림이 보이면서 슬슬 재미가 붙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드디어 또 한번의 영화제 시작가 시작했다. 앞으로 책임져야 할 15번의 기자회견을 수도 없이 점검하면서, 나는 3년 전과 다름없이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는 중이다. 밥도 잘 안 넘어가고, 잠도 잘 못 자겠고(어차피 잠잘 시간도 없거니와;;), 많이 아프다. 그런데도 이 긴장감이 싫지 않은 건 폐막식까지 무사히 치러낸 뒤 북받쳐 오르는 그 묘한 쾌감을 이미 맛봤기 때문일 거다. 끝이 보이니까 온 힘을 쏟아 달린다. 마라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