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희, <평면의 진동>(Trembling of Surface), 2008, Acrylic on Canvas, 192x291cm
10월31일까지/갤러리현대 본관
“우리는 입체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갖고 평면에서 태어났다. (중략) 작가 신성희는 우리로 하여금 예술이라는 나라의 존재자가 되게 했다.” 2009년 세상을 떠난 신성희 화백은 살아생전 캔버스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면 응당 캔버스에게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하다. 신성희는 프랑스어로 ‘맺기, 잇기’라는 뜻을 지닌 ‘누아주’의 창시자로 이름을 알렸다. 누아주란 캔버스에 점, 선, 얼룩 등을 채색한 다음 그걸 가는 띠로 잘라 그림틀에 퀼트처럼 엮은 뒤 그 위에 다시 채색하는 기법을 뜻한다. 그저 밋밋한 평면이던 캔버스에 질감을 만들고, 숨쉴 곳을 만들어주고, 색을 불어넣은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캔버스에 박음질을 적용해 누아주의 기초를 확립한 신 작가의 초기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촘촘히 엮인 그림틀에서 캔버스를 향한 그녀의 피그말리온적 숭배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