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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석, 재밌잖아요 조필연..배우로서 행복
2010-10-03

(고양=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정보석(48)의 둔갑술이 눈부시다.

SBS TV 월화극 '자이언트'에서 서슬 퍼런 악역 조필연을 맡고 있는 그는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의 모습을 섬뜩한 카리스마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지난 3월 막을 내린 전작 '지붕뚫고 하이킥'의 '주얼리 정'과 대비돼 더욱 놀라움을 주고 있다. 전작에서는 방귀에 트라우마가 있고, 셈도 제대로 못 하는 유약하고 허술한 '주얼리 정'이었던 정보석은 '자이언트'에서 180도 변신해 발끝까지 악인인 조필연을 화끈하게 연기하고 있다.

최근 경기 고양 탄현 SBS 제작센터에서 만난 정보석은 "재밌잖아요 조필연. 전 좋아요. '배우란 게 참 행복하구나' 또 한번 느끼게 하는 역할입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조필연의 분장을 하고 나타났지만 조필연이 아닌 정보석으로 인터뷰에 응한 그는 "실제로는 속상하고 마음에 안 들어도 남의 눈치를 보느라 못하는 일들을 조필연은 거침없이 한다. 드라마에서라도 조필연처럼 살아보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1970-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자이언트'에서 조필연은 중앙정보부 과장 시절 강남 개발을 배후 지휘하며 기업으로부터 정치 자금을 받고, 정계에 진출해 승승장구하는 인물이다. 두뇌회전은 고속정의 프로펠러 같고, 안되는 일도 되게 만드는 추진력은 탱크급이다. 오로지 성공을 위해 내달린다.

"조필연에게는 한가지, 양심이 없습니다. 그에게는 이기는 것이 선(善)이고, 지는 것은 악(惡)입니다. 열심히 살고, 음주가무나 주색잡기에도 도통 흥미가 없기 때문에 사실 양심만 있었으면 정말 훌륭한 사람이죠.(웃음) 그런데 조필연은 양심이 차지해야할 부분까지도 욕심으로 채워진 사람입니다."

살인까지 저지른 천인공노할 악인이지만 정보석은 조필연을 악역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하지는 않는다.

"남들에게는 나쁜 놈이지만 연기하는 제가 악당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면 우스워집니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 사는지 이해해야 진짜 연기가 나오죠. 조필연 자신도 스스로를 악당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타인의 불편이나 아픔을 모릅니다. 알고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나쁜 짓을 하죠. 사실 저도 젊었을 때는 악역을 맡으면 악당이라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그런데 그러면 편협한 인물을 그리게 되고 그 인물의 삶은 보여주지 못합니다. 나이 먹으면서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악역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게 됐습니다. 세상에는 분명히 이런 사람들이 있고, 그렇다면 그들의 삶의 가치관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날렵한 선을 과시하는 그는 악역을 맡아 얼굴의 특징을 더욱 잘 활용하고 있다. 날카로운 눈매와 콧등에서 뿜어져나오는 얼음같은 냉기는 상대를 얼어붙게 하고, 뒤끝이 올라가는 억양에서 나오는 짱짱한 오만함은 하늘을 찌른다.

"눈에 힘을 주려니 좀 피곤하긴 해요.(웃음) 그런데 사실 이런 인물이 내면은 약할 수 있어요. 그래서 겉으로는 더 강해보이려고 하는 거죠. 조필연 같은 인물은 허를 찔렸을 때 약함을 드러내죠. 최근 방송된 황태섭(이덕화 분)과의 육박전 같은 경우가 그런데, 조필연이 무척 허둥댔잖아요."

'자이언트'는 엄혹했던 시절의 실제 사건들을 많이 투영하고 있다. 그래서 조필연에게서도 실존 인물의 체취가 강하게 묻어난다.

"조필연의 외형적인 부분에는 당시 실존했던 많은 이들의 모습이 투영돼 있습니다. 당시에는 군 출신 정치가가 많았잖아요. 여러 분들의 모습을 다 조합해서 창조해냈습니다. 한 분만 따라하면 너무 티가 나잖아요.(웃음)"

조필연을 보고 있으면 그가 언제 '주얼리 정'이었던가 싶다.

"하하. '지붕뚫고 하이킥' 할 때도 행복했어요. 그때의 정보석(극중 이름도 정보석임)은 그 나름 욕심도 있지만 능력부족으로 비겁하게 구는 것이 삶의 방법으로 관성화된 인물이었습니다. 항상 못한다고 욕먹으니까 위축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다보니 스스로 부족하다고 인정하고 들어간거죠.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그 작품 끝나고는 무조건 악역을 하고 싶었어요. 그때의 정보석이 워낙 헐렁해서 빨리 헤어나지 못하면 그 이미지에 빠져버릴 수 있겠더라고요. 드라마에서 기회가 안 오면 연극을 하며 기다리려고 했는데 운 좋게 금방 '자이언트'가 들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실제의 정보석은 어떤 성격일까.

"합리적이고 이성적입니다. 적당히 감성적이죠. 조필연처럼 사는 것은 싫어요. 하지만 저도 야망이라면 큰 야망이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은 거죠. 또 제가 단단할 것 같지만 연기 외에는 아등바등 챙기지도 않고 단단하지도 않습니다."

부와 권력을 탐하는 조필연과 달리 정보석은 두 아들에게 '욕심을 적게 가져라'고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안 쓰는 것을 배우라고 말합니다. 그럼 행복해지기 쉽잖아요. 적게 쓰고 욕심이 적으면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 하며 살 수도 있고 만족하기도 쉽습니다. 안 그런가요?"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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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