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체력적으로는 한 작품 더 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사랑을 많이 받은 적은 처음이라 이런 걸 좀 더 누리고 싶어요."
3일 오후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신민아는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SBS 수목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그는 CF에서 보여줬던 발랄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CF 여왕'이라는 명성에 비해 작품에서 활약이 부진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뒤짚는 활약이었다.
신민아는 이날 인터뷰에서 "드라마를 통해 많은 분들께 저를 알리고 싶었고 한발 다가가고 싶었는데 이 작품이 굉장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촬영현장에서 아이들이 저를 구미호라 부르며 쫓아다니고 아줌마, 아저씨들이 좋아해주는 걸 보면서 대중적으로 좀 더 가까워졌다고 느껴요. 대중에게 편안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경쟁작 '제빵왕 김탁구'의 거센 기세 속에서도 10%대 중반의 시청률을 유지했고 후반에는 20% 고지를 넘어섰다.
신민아는 사랑스럽고 엉뚱한 구미호를 연기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이끌었다. 방송 전 연기자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드라마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은 어느 정도 현실이 된 셈이다.
그는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노력이 보였던 것 같다"고 했다.
"처음엔 좀 불안했어요. 내가 좋은 캐릭터를 못 살리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작가님의 전작 '환상의 커플'이나 '미남이시네요'의 여자 캐릭터들이 너무 좋았잖아요."
그는 "대사가 워낙 튀고 에피소드도 강해서 연기가 과장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내가 수줍어하고 창피해 하면 더 어색해 보이겠다 싶어서 더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1998년 잡지 모델로 데뷔한 신민아는 이후 '화산고' '고고 70' 등 1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 적었던 탓에 대중들에게는 CF스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데뷔하고 지금까지 햇수는 쌓여가는데 이 시점에서 뭔가를 채우고 지나가지 않으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절 생각했을 때 이런 연기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엎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 작품에서 더 오버한 면이 있어요."
초반 색다른 캐릭터가 몸에 맞지 않는 듯 어색한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신민아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역할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인터넷에는 '같은 여자지만 신민아가 너무 예뻐 드라마를 보게 된다' '신민아가 딱 맞는 역할을 찾았다'는 의견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도 예전과는 달라진 반응을 실감했다고 했다.
"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굉장히 좋아하세요. 6살짜리 조카도 유치원에서 제 얘기하면서 좋아해요. 가족들이 저에 대해 자부심을 더 갖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뭔가 하나를 이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 이 작품 끝나고 다시 CF를 많이 찍게 되면 또 CF스타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CF스타이기 때문에 어떤 작품을 선택해야겠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런 이미지도 내가 갖고 가야 할 이미지고 좋은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제 몫이잖아요.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둘 다 잘 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CF도 대중이 저에게 관심을 갖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CF스타 이미지를 아예 배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는 그러나 "대중의 사랑이 불타오를 때는 잣대들도 많아진다"고 털어놨다.
"관심과 함께 질타도 많아지니까 일희일비하게 돼요. 칭찬도 많지만 저의 부족한 면도 보이잖아요. 그래서 조급해지는 부분도 있어요. 올라가면 내려오기 마련인데 내가 그걸 불안해하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이 있긴 해요. 그렇지만 제가 어느 정도 만족하고 이런 사랑을 즐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상대역 이승기에 대해 "나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오빠라고 부를 뻔할 순간이 있었을 정도로 듬직한 부분이 있다"고 평했다.
"대중의 사랑을 아주 많이 받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카리스마와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다 믿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촬영현장에서 정말 인기가 많았어요.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인기를 갖고 있어서 기댈 수밖에 없었어요.(웃음)"
이번 작품으로 대중의 사랑을 실감한 그는 기대에 부응해야 할 책임감이 더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코믹 연기의 재미를 느끼면서 정통 코미디물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20대 후반에 들어서니 여자로서 처절한 멜로의 감정을 표현하고 성숙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성숙한 이미지는 일부러 만드는 게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귀엽고 사랑스런 역할은 이제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 그런 역할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어요. 그런 제약을 두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정통 코미디물도 한번 해보고 싶다"며 "작품에서 한번 망가지고 싶다"고 했다.
"예전에는 밝은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 작품으로 밝은 표현이 아름답다는 걸 느꼈어요. 소속사에서 괜찮다면 재미있는 거 많이 해보고 싶어요. 예능을 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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