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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윤, 99%는 나보고 안된다고 했다
2010-09-28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99%의 사람들이 '넌 할 수 없을거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1%인 부모님과 매니저가 저를 응원했고 그것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윤시윤(24). 지난 16일 시청률 50.8%로 종영한 KBS 2TV '제빵왕 김탁구'의 타이틀 롤 김탁구를 연기하며 하루아침에 대통령과 송편을 빚는 사이가 된 그는 자신의 말처럼 99%의 부정적인 시선을 뚫고 오늘의 영광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연예계에 존재감이 없었던 그는 지난해 9월 시작한 MBC TV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준혁학생'을 통해 샛별로 떠오르더니 두 번째 드라마에서 온국민이 아는 배우가 됐다.

1년 사이 인생이 바뀌어버린 이 행운아를 27일 만났다.

"역할에서 잘 빠져나오는 것도 연기자의 몫이라고 하는데 전 아직 드라마가 끝난 것이 실감이 안 나고 잠깐 촬영을 쉬고 있는 것 같아요."

그와의 인터뷰는 '깔끔'했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모범답안이 나왔고 감정의 기복은 없었다. 대신 그의 태도는 성실했고 겸손했다. '절대 긍정의 힘'을 보여준 김탁구는 상당 부분 실제의 윤시윤과 오버랩됐다.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어요. 이 드라마 전에도 전 행복했고 지금도 똑같이 행복하거든요. 다만 주변 분들이 저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을 보니 그게 좋았어요. 원래도 제가 긍정적인 편인데, 김탁구를 연기하면서 김탁구를 닮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전 '제빵왕 김탁구'가 결코 드라마에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비슷한 인물을 꿈꾸고 만날 수 있다고 믿고 제 자신이 김탁구처럼 살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김탁구의 모습이 판타지이긴 하지만 배우가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존재라는 점에서는 연기자로서 김탁구 같은 모습은 반드시 가져가야하는 판타지라고 생각합니다."

데뷔 전까지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시윤은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몇 차례 에둘러 물어봤지만 그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났고 별로 고생하지도 않았다. (형편이) 어려웠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가치의 기준 문제인 것 같다"며 "다만 이제 부모님 고생을 덜 시켜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배우를 꿈꿨다"고 당차게 말하는 그는 경기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하면서 연예계를 노크했다. 하지만 지난해 '지붕뚫고 하이킥'을 만날 때까지 4년여는 그야말로 '노크'만 했다.

"오디션을 보면 늘 서류에서 탈락했어요. 진짜 오디션을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 거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다 '지붕뚫고 하이킥'에 지원했는데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전혀 기대를 안 하고 갔고 오디션을 어떻게 보는지도 몰랐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저보다 외모도 출중하고 끼도 넘치는 분들이 많이 보러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김병욱 PD님이 백지 같은 신인을 찾고 계셨던 거예요. 제가 그때 완전히 백지상태였거든요. 얼마나 몰랐으면 연기하다가 감정에 빠져 옆에 있던 물건을 집어던졌고 그게 김 PD님의 머리에 정통으로 맞는 사건이 벌어졌겠어요.(웃음)"

그는 "나를 비롯해 많은 연기 지망생들이 그저 꿈만 꿀 뿐이고 기회조차 잡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잘한 건 딱 한 가지다. 잠들 때마다 연기는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준혁학생'으로 유명해졌지만 '제빵왕 김탁구'의 타이틀 롤은 다른 문제였다. 이 드라마와 관계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캐스팅을 반대했다. 그것도 격렬하게.

"너무 반대가 심해서 작가님이 저에게 '아무래도 힘들겠다'는 말을 하려고 찾아오셨는데 제가 분위기 파악 못 하고 헤벌쭉 웃으며 '연기를 잘할 자신은 솔직히 없지만 진심으로, 멋부리지 않고 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김탁구가 부정적인 생각을 못하는 것처럼 저 역시 제가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던 거였어요.(웃음) 작가님이 그 모습에 기회를 주신 것 같아요."

그는 "김탁구는 마음이 넓고 그릇이 커서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자신이 너무 불편해지고 못 견디기 때문에 좋은 것만 생각하는 아이다"라며 "나 역시 착해서가 아니라 슬픈 상황에서 망가지는 내 모습을 보는 게 더 힘들어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극 초반 김탁구 역에 대한 부담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주변의 비웃음과 걱정을 극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두려움과 기죽음에 '내가 할 수 있을까'가 '난 할 수 없어'까지 갔어요. 그런데 극 초반 아역 김탁구 오재무의 연기를 보면서 용기를 냈습니다. 오재무의 연기를 보면서 정말 아름답고 예쁜 김탁구를 만들고 싶었어요."

주인공을 맡은 것 못지않게 전광렬, 전인화, 정성모, 장항선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것 역시 큰 행운이었다.

"'지붕뚫고 하이킥'이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줬다면, '제빵왕 김탁구'를 통해서는 진짜 연기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시는 선배님들로부터 많이 배웠고 연기가 정말 재미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또 50%의 시청률로 앞으로 받을 사랑을 먼저 다 받은 듯합니다. 이제는 그 사랑을 갚아나가야 합니다. 제가 받은 이 사랑의 값어치를 하고 싶고, 그게 너무 힘들 것이란 것을 알지만 밝고 성실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 대목에서 다시 물었다. 과거의 고생담을 꺼내기 싫으냐고.

"제가 아무리 고생을 했을지언정 저보다 훨씬 연기력이 좋으면서도 여전히 어렵게 연기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제 고생은 고생도 아닙니다. 그분들을 생각하면 미안해서 말도 못하죠."

윤시윤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제 약점을 극복하고 싶어요. '준혁학생'으로는 소년을, 김탁구로는 청년을 보여 드렸다면 이제는 가족을 지킬 수 있는 남성성을 제 안에서 끌어내야할 것 같아요."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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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