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퀴즈왕>의 시작은 무엇이었나. = 단순하다. 10년 전 진짜 영화 속 용산경찰서의 교통과에 있었다. 난 그때 교통사고 목격자였는데, 이런 데가 다 있네 싶더라.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그 안에 수많은 히스토리가 보이는 거다. 그때 정말로 4중추돌로 얽힌 사람들이 왔다. 경찰이 그들에게 ‘앞으로 나란히’를 시키더니, “당신이 앞차 박은 거지? 그럼 앞사람 등 치세요”, 이러면서 사고를 재연하더라. 그게 너무 웃겼다. 영화 속 임원희 같은 사람도 있었다. 내가 폐쇄적인 공간을 자주 설정하는 편인데, 꼭 한번 이 공간에서 놀아보고 싶었다. 거기에 퀴즈쇼라는 소재를 중첩시킨 거다.
- 장진의 영화를 흔히 연극적이라고 하는데, 그런 스타일을 일부러 더 강조한 것 같다. = 내가 시추에이션을 드러낼 때, 영화적인 미장센을 안 하고 풀숏의 개념으로 조망하는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니까 하는 이야기 같다. 한때는 어떻게 해야 영화적이 될지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다가 내 영화가 연극적이라면 더 그렇게 만들어서 더 익숙해지고 재밌으면 이게 장진의 영화적 스타일이 되는 게 아닐까 싶더라.
- 장진사단의 배우들이 한 시기를 마감하며 찍은 단체기념사진 같은 느낌도 있다. = 데뷔한 지 10년이 넘어갈 때쯤, 언젠가는 그들과 다 같이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은 그런 기회가 연극무대에서 생길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 연극이라면 그들이 스케줄을 맞추기가 더 힘들다. 지난해 연말에 다 모였었다. 그때 “찬스 한번 씁시다. 나도 이제 10년이 넘었는데, 찬스 한번 쓰게 될 때가 된 것 같습니다”라고 하면서 부탁했다. 정재영, 신하균, 임원희도 짧게나마 출연해줬다. 나로서는 상당히 고맙고 기쁜 일이었다.
- 그런 의미에서 한재석과 김수로는 의외의 캐스팅이다. = 사적인 이유가 컸다. 재석이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동생이다. 그동안 대중이 원하는 스피드에 못 맞춰온 게 있었지 않나. 그래서 <퀴즈왕>을 쓰기도 전에, 나와 몇 작품만 하자고 했다. 다행히 <퀴즈왕>에서 그리 모나지는 않은 것 같다. 수로 역시 상당히 좋아하는 친구다. 나랑 두 작품 정도를 같이 할 뻔했는데, 기회가 안됐다. 막말로 그러곤 했다. 자신의 코미디는 장진과 만날 때 더 잘할 수 있는데, 정재영과 신하균은 언제 나가냐고. (웃음) 외피적으로는 의외의 캐스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서로 짝사랑한 관계다. 또 이제부터 오랫동안 함께 가야 할 테고.
- 전작에서 등장한 몇몇 상황이 재연된다는 느낌이 있다. = 연출만 했다면 모르겠는데, 작가이기도 하니 자기 복제가 있는 것 같다. 또 <퀴즈왕>은 워낙 릴렉스하게 즐기면서 만들다 보니까 그런 것 같고. 내가 스트레스를 안 받을 만큼 잘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종합선물처럼 넣은 것들도 있다.
- 마지막 결말은 애매모호했다. 이전까지 벌여온 상황이 제대로 마무리되는 느낌이 아니었다. 인물들이 퀴즈쇼를 통해 변화하는 부분이 더 강조됐으면 어떨까 싶더라. =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결말을 공평하고 안정적으로 못 만들어낸 내 탓일 수도 있다. 나는 작가적으로 상상했다. 마지막까지 모든 퀴즈가 논리적인 추리로 풀 수 있는 문제였다면, 그 마지막 문제는 논리로 해석할 수 없는 거다.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순간 풀 수 있는 거지. 인물들의 변화는 나도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2, 3회차를 더 찍었다면, 퀴즈쇼 이후에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담을 수 있었을 거다. 지금 보면 이렇게 끝나는 게 조금 아쉽다.
- 최근 한 온라인 기사에도 나왔다. 이번 영화로 장진의 징크스는 깨질까. = 그 기사 나도 봤다. (웃음)그게 좀 웃긴다. 대중은 잘 모른다. 기자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박수칠 때 떠나라>가 흥행에 실패했다고 하는데, 사실 내 영화 중에서 제일 많이 벌었다. <무릎팍 도사>에서 말한 그 징크스는 그때 <바르게 살자>를 팔려고 만들어낸 거다. 이렇게까지 회자될 줄 몰랐던 건 있지. (웃음) 그렇다고 내가 발목을 잡히는 건 없다. 난 여전히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건 만들고, 내가 욕심이 생기지 않거나 내 능력이 없다고 보는 건 욕심부리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퀴즈왕>의 결과가 궁금하다.
- 차기작인 <로맨틱 헤븐>은 어떤 영화인가. = 벌써 반 정도 촬영했다. 시나리오를 써놓고 3년을 기다린 작품이다. 죽음 때문에 이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죽음 이후에 떠난 사람이나, 남겨진 사람이나 겪어야 할 막연함에 대한 위안이 되기를 바라는 영화다. 내 식의 코미디와 짠한 감동이 공존하는 영화가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