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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퀴즈왕', 독립영화하듯 찍었다
2010-09-12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독립영화 방식을 표방한 영화입니다. 3억5천만원이 들었죠. 그리고 나서 배우와 스태프들의 지분을 계약서에 명시했어요."

16일 개봉할 코미디 영화 '퀴즈왕'은 충무로의 재담꾼 장진 감독 작품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굿모닝 프레지던트' 이후 1년이 채 안 돼 관객을 만난다.

4중 추돌 사고가 나서 경찰서에 모인 사람들이 우연히 133억원이 걸린 퀴즈쇼의 마지막 문제를 알고 나서 퀴즈쇼에 참가하는 이야기로 한재석, 김수로, 류승룡, 장영남, 류덕환 등의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장진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10년 넘게 메이저 한복판에 있다 보니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받는 중압감과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여기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으로서 어쩔 수 없이 갖는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고 저예산으로 즐겁게 찍었다는 것이다.

장 감독은 "늙었는지 옛날 친구들이 모여 야유회를 가듯 해보고 싶었다"면서 "소소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비 1억원을 내놓고 강우석 감독과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만든 '퀴즈왕'이 자신의 영화 가운데 가장 제작비가 적은 영화라고 했다. 그의 데뷔작인 '기막힌 사내들'(1998)도 12억5천만원이 들었다.

억대의 출연료를 받는 배우들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50만~100만원 정도밖에 주지 못했다고 했다. 조명감독 등 스태프들도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대신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지분을 계약서에 명시해 수익이 나면 200%까지 돌려줄 계획이다.

"심지어 개봉도 생각 안 했어요. 실컷 한 번 놀듯이 만들어보려고 했죠. 한 2~3개 관, 운 좋으면 10개관 정도에서 상영하면서 TV에만 팔아도 투자한 사람들에게는 보전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했죠."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영화 촬영은 15일 만에 끝냈다고 했다. 빠듯한 제작비를 아끼려고 매일 같이 밤샘 촬영을 해야 했던 것이 힘들었고 시간을 비워놓지 않고 짬짬이 참여한 배우들의 일정을 맞추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고 그는 말했다.

장 감독은 자신을 믿고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들한테 보람을 주고 싶다면서도 예전처럼 상업영화를 하는 감독이 받는 부담감은 한결 덜었다면서 웃었다.

영화의 아이디어는 그가 10년 전 교통사고 목격자로 경찰서에 갔다가 본 우스꽝스러운 풍경에서 나왔다.

"영화처럼 4중추돌이었어요. 사람을 한 줄로 세워놓고 '앞으로 나란히'를 해서 등을 치라고 해요. 술 취해서 중앙선을 침범한 극중의 임원희 같은 사람도 있었고요. 너무 웃겼죠."

그는 이 경험을 퀴즈쇼와 결합했다. "우리는 단 하루도 묻고 대답하는 게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그런 생각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죠."

'퀴즈왕'은 딱히 중심인물이 없는 영화다. 그는 "만든 대로 했으면 절대적으로 '한재석 드라마'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넘었고 찍어놓고 보니 드라마가 구미에 잘 안 맞는 면이 있었다"면서도 한재석 캐릭터가 던지는 화두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는 수많은 문제와 정답을 대하면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세상은 정답이 아니고 틀린데도 해결이 되죠. 정답이 아닌데도 과반수의 사람들이 국회에서 손을 드니까 해결이 돼요. 국민 봉기가 일어날 것 같은데도 그냥 흘러가고요. 스튜디오 하나에서 벌어지는 퀴즈쇼에 제가 사는 세상이 다 있더라고요."

그는 '퀴즈왕'에서도 특유의 코미디로 관객을 웃긴다. 그는 "코미디는 하면 할수록 위대한 장르고 그만큼 더 어렵다"면서 "대중의 기호가 원체 격하게 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폭 코미디 등 한국 코미디 영화의 흐름이 잘못되었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대중들이 가진 자극적이고 나쁜 취향을 건드리고 사고를 능동적으로 하지 못하게끔 하는 영화를 반복하다 보니 관객이 한국 코미디 영화가 하급이라 생각하고 멀어져 갑니다. 이건 물건 만드는 사람들의 잘못이죠."

'퀴즈왕'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장 감독은 차기작 '로맨틱 헤븐' 촬영도 한창이다.

그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나올 이 영화가 죽어서 이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코미디도 있지만 애잔한 내용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 영화에서는 김수로가 웃음을 주는 역할이 아니라 처연한 모습으로 등장한다고 귀띔했다.

중학교 때까지 야구 선수를 했던 장 감독은 요즘도 사회인 야구팀 7개에 소속돼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경기할 정도로 스포츠를 즐긴다.

요즘에는 시도때도없이 내리는 비와 영화 촬영 일정때문에 야구를 못할 때가 많아 스트레스가 쌓인다면서 푸념할 정도다.

"'아는 여자'에선 살짝 간만 봤죠. 언제 만들지는 모르겠는데 야구를 제대로 다루긴 할 겁니다. 10년 전 전국대회에서 만난 어느 고등학교 야구부를 회상하는 '젠틀맨 프롬 웨스트'라는 이야기를 생각해뒀죠. 하하하."

kimy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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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