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위트 넘치는 대사와 황당한 상황에서 툭툭 터지는 웃음. 충무로의 재담꾼 장진 감독은 이 영화에서 자신의 장기를 마음 놓고 펼쳐냈다.
한밤중 4중 추돌사고가 일어나고 이 사고로 한 여자가 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다.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에 간다.
떼인 돈 받아주는 2인조, 말다툼하던 부부,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 아버지와 아들 등 제각각이다. 자신들은 사고 책임이 없다며 저마다 발뺌을 하고 폭주족 단속에 걸린 중국집 배달원까지 거들면서 경찰서는 시장 바닥 같은 아수라장이 된다.
경찰과 이들은 피해 여성의 신분을 확인하려고 소지품을 뒤지다 'Q30'이라고 쓰인 문제 하나를 발견한다. 알고 보니 상금 133억 원짜리 퀴즈쇼의 마지막 30번째 문제였던 것.
최고의 수재들도 마의 30번째 문제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기에 퀴즈쇼가 시작된 지 1년이 넘도록 우승자가 나온 적이 없었다.
그 누구도 풀지 못했던 문제를 알게 된 사람들은 29번 문제까지 맞추면 133억원을 딸 수 있다는 계산으로 저마다 벼락치기 공부 끝에 퀴즈쇼에 참가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대목은 초반 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사무실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30분 넘게 펼쳐지는 부분이다. 장진 감독이 10년 전 교통사고 목격자로 겪었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제한된 공간에서 나이, 직업, 성격 등 제각각인 사람들이 10명도 넘게 모여 목소리를 높여가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흥미진진하다. 특히 장진 감독 특유의 톡톡 튀는 대사를 즐기는 맛이 쏠쏠하다.
그러나 영화가 퀴즈쇼 장면으로 넘어가면 뒷심이 딸린다는 점이 아쉽다. 참가자 중 누군가는 마지막 문제까지 간다는 게 너무나 뻔하기 때문에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다른 장치로 힘있게 끌고 가지 못했다.
딱히 주인공이 없을 만큼 10여명의 배우들을 한꺼번에 내세운 것은 경찰서 장면에서는 효과를 발휘했지만, 퀴즈쇼 장면에서는 뚜렷한 중심인물이 없어 산만하게 느껴진다.
또 퀴즈쇼 중간 중간 삽입된 참가자들의 멘트나 소소한 에피소드는 감동을 주기에는 부족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를 막는 군더더기 같은 느낌이다.
다양한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점은 이 영화의 미덕이다. 오랜만에 코미디로 돌아온 김수로는 물론이고 류승룡도 큰 웃음을 준다. 한재석, 장영남, 류덕환, 심은경, 송영창 등의 연기도 나무랄 데 없다.
이른바 '장진 사단' 배우들도 작은 역할이지만 한몫을 했다. 술 취한 남자 역으로 나오는 임원희는 결정적인 웃음을 선사하며 정재영, 신하균도 얼굴을 비췄다.
순제작비 3억5천만원으로 찍은 저예산 영화라 감독의 부탁을 받은 배우들은 거마비 정도만 받고 기꺼이 출연했으며 수익이 나면 분배받기로 했다고 한다.
장진 감독도 강력계 마반장 역으로 잠깐 얼굴을 비추는데 웬만한 신인 배우보다 낫다.
1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1분.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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