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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원초적 B급의 유쾌함
심은하 2010-09-09

뮤지컬 <톡식 히어로>

10월10일까지 / KT&G 상상아트홀 출연 오만석, 라이언, 홍지민, 김영주, 신주연, 최우리, 임기홍, 김동현 1544-1555

숨 넘어간다. 팔과 다리를 뽑아 스틱 삼아 드럼을 치고, 뽑은 머리로 덩크슛을 하고, 심지어 창자를 꺼내 줄넘기를 한다. 뮤지컬 <톡식 히어로>는 고어물에 버금가는 신체훼손 장면이 무대 위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그런데도 마냥 즐겁다.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관객이 긴장과 웃음 사이에서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B급영화 <톡식 어벤저>를 뮤지컬화한 <톡식 히어로>는 도시를 환경오염으로 찌들게 한 주범이 시장임을 알게 된 왕따 멜빈이 이를 폭로하려다 유독성 폐기물을 뒤집어쓰고 녹색괴물 톡시가 되어 악당을 물리치고 사랑도 얻는다는 내용이다.

톡시는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히어로이다. 하지만 다른 게 있다. 혐오감을 부르는 냄새와 외모. 복수하는 방식은 피도 눈물도 없이 잔혹하다. 그에겐 윤리의식 따윈 없다. 대신 충동과 본능만 있다. 엄청난 힘을 절제하지 않고 마구 휘두른다. 그럼에도 밉지 않다. 그건, 톡시가 우리의 숨은 욕망을 구현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톡시에게서 일탈의 쾌감을 얻는다.

단순명쾌한 스토리에 록 밴드 본 조비의 건반주자 데이비드 브라이언이 작곡한 음악이 흥을 돋운다. 여기에 배우들의 맛깔 나는 연기가 더해져 빛을 발한다. 특히 멀티맨 임기홍과 김동현은 변신 귀재들. 깡패, 경찰, 박사, 쇼걸, 포크 가수, 할머니, 새라의 친구 등 각각 열 가지가 넘는 역할을 소화해내는데 이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이 작품을 지탱하는 힘이다. 극의 대부분을 초록색 가면을 뒤집어쓰고 “너는 원자로, 나는 플루토늄. 두려워 말아요 이 핵폭탄 핵폭탄 러브~”(<Hot Toxic Love>)를 노래하는 오만석은 이전 작품에선 볼 수 없었던 코믹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부패한 시장이자 멜빈 엄마, 수녀 역을 맡은 홍지민은 농익은 관록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톡시의 약점을 캐기 위해 박사를 유혹할 때, 미용실에서 반은 시장, 반은 멜빈 엄마로 분장하고 나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1인 듀엣장면을 패러디할 때 객석은 웃음으로 뒤집혔다. 톡시의 연인이자 맹인 새라 역의 최우리는 순진하면서도 엄청 들이대는 깜찍푼수 연기가 인상적이다.

미국식 유머를 “대박, 라따라따아라따∼” 등의 유행어들을 사용해 한국식으로 풀어낸 것도 성공이다. 한마디로 뮤지컬 <톡식 히어로>는 웃음 핵폭탄이다. 장르의 맛이 바로 이런 것 아니겠나.

잠깐, 무대 맨 앞줄에서 보고 싶다면 한 가지를 각오하라. 실연으로 울분을 토하는 톡시에게 당신의 머리를 쥐어잡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