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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관객이 믿고 선택할만한 배우 되고파
2010-09-07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처음 등장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을 뿐이지 제가 많이 보여 드린 게 없어요. 아직 스타는 아니죠. 제 이름을 듣고 '이민정이 나오는 작품은 볼만해' 이렇게 사람들이 생각해야 스타라고 생각해요."

소주, 승용차, 화장품 등 배우 이민정이 모델로 나오는 각종 광고를 보면 요즘 그의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

이민정은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의 약혼녀 역할로 얼굴을 알리더니 '그대 웃어요'에서는 단번에 주인공 자리까지 꿰차며 스타덤에 올랐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민정은 "'꽃보다 남자'가 대박이 나서 작품 덕을 많이 봤다"면서 "예전에는 인지도가 없어서 안 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대본을 받아볼 수 있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민정은 "아직 알려진 게 없어서 저에 대한 관심이 있는 거지 굉장한 인기가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상업영화 주연은 처음이고…. 아직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몰라보는 분도 많아요. 어르신들은 '아가씨 이쁘게 생겼네. 배우 해도 되겠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어요. 하하."

그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16일 개봉)에서 희중 역을 맡아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백야행'과 '펜트하우스 코끼리'에 조연으로 출연한 적이 있지만, 영화의 주연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극 중에서 희중은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한다. 희중을 짝사랑하지만, 연애에 서툰 상용(최다니엘)은 다른 사람의 사랑을 이뤄주는 '시라노 에이전시'를 찾아가는데 공교롭게도 이 조직의 대표 병훈(엄태웅)은 희중의 옛 연인이다.

이민정은 김현석 감독이 쓴 시나리오에 반해 바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차에서 촬영을 기다리면서 읽었는데 정말 웃겨서 화장실 가는 거 참아가면서 끝까지 읽었어요. 킥킥거리면서요. 내가 이렇게 공감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희중에게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데뷔한 지 4년이 지난 그는 이제까지 경력이 얼마 되지 않아 의견을 내기 어려웠지만 이번 영화를 하면서는 자신의 생각을 많이 얘기했다고 말했다.

"희중과 병훈이 다시 만나서 술을 먹고 집에 갔을 때 원래 시나리오에는 미친 듯이 키스하는 걸로 나오는데 그렇게 하면 희중의 캐릭터가 망가질 것 같았어요. 희중에게 연민이 가려면 병훈은 다가오지만 희중은 피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에게 얘기했죠."

이민정은 김현석 감독의 말투를 장난스럽게 흉내냈다. "감독님이 영화 보고 나서 '민정씨 말 듣기 잘했어요' 그러시더라고요."

'꽃보다 남자'나 '그대 웃어요'에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밝고 활달하다면 '시라노-연애조작단'의 희중은 다소 다르다. 이민정은 인터뷰 내내 웃음이 많았지만 희중은 거의 웃지 않는다.

"실제 제 성격은 되게 밝아요. 그런데 저를 진짜 잘 아는 사람들은 밝기도 하지만 생각도 많고 고민을 많이 하는 걸 알죠. 남자 만날 때도 제가 쿨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미련도 많고 망설이기도 해요. 희중의 모습은 분명히 제 안에 있는 모습이고 그걸 영화에서 꺼냈죠. 희중은 20대 여자들과 맞닿아있는 부분들이 많아요."

그는 '시라노-연애조작단'을 찍으면서 드라마와는 다른 영화의 작업 방식에 적응했고 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말했다.

이민정은 어느 스타 못지않게 주목받고 있지만 갑자기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데 대한 부담감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데뷔할 때 사람들 앞에 서는 게 힘들지 않겠느냐고 아버지가 반대하셨어요. 지금은 아버지가 우려하신 것을 200% 느끼고 있어요. 실수라도 하면 입방아에 오를 텐데 내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요샌 가끔 자다가 벌떡 깰 때가 있어요."

하지만,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욕심은 부담감보다 훨씬 커 보였다. "이민정이라는 배우를 믿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오르고 싶어요. 사람들이 휴 그랜트가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는 무조건 보는 것처럼 이민정이 나오면 재미있을 거로 생각하면 좋겠어요."

kimy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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