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오픈런 │LG아트센터 출연 이지명, 정진호, 임선우, 김세용, 이주실, 조원희, 정영주, 이성훈 등 02-3446-9630
“I’m Free.” 11살 소년 빌리가 무대 위로 날아올랐다. 2000년 동명 영화로 국내에 소개됐던 <빌리 엘리어트>가 뮤지컬로 옷을 갈아입고 비영어권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섰다.
이야기 흐름은 원작 영화와 동일하다. 영국 북부의 탄광촌. 80년대 대처 보수당 정부가 탄광 민영화를 선언하자 생존에 위협을 느낀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맞선다. 노조의 중심에 있는 아버지와 형, 그리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사는 소년 빌리 엘리어트. 권투교실 한켠에서 행해지던 발레수업에 우연히 참가하게 된 빌리는 마치 운명처럼 춤에 빠져든다. 빌리의 재능을 발견한 윌킨슨 선생은 빌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 빌리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가족의 반대 등을 겪으며 뮤지컬은 절정을 향한다.
뮤지컬로 재탄생한 <빌리 엘리어트>는 영화에 없는 정제되지 않은 생생한 흥분을 전달한다. 마이클과 빌리가 여장하고 춤추는 ‘네 자신을 표현해봐’는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어른보다 큰 옷들이 마이클과 빌리와 함께 넘실넘실 춤을 춘다. 1막의 마지막 ‘분노의 댄스’. 발레를 반대하는 아버지와 형, 그리고 현실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빠르고 강렬한 리듬의 탭댄스로 표현한다. 빌리가 자신을 가로막는 시위진압대의 방패와 벽에 부딪히고 매달려 몸부림친다. 영화의 마지막에 삽입된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 비상장면을 뮤지컬에서는 2막 초반 ‘드림발레’ 시퀀스로 처리했다. 성탄절날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을 배경으로 빌리는 성공한 발레리노의 모습을 상상하며 하늘을 난다. 끈을 매달아 공중을 나는 이 장면을 어린 빌리와 성인 빌리의 2인무로 풀었다.
뮤지컬은 묵직한 현실을 반추한 원작의 힘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그리고 귀보다는 눈이 즐거운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다른 시공간적 배경에 따른 이질감을 없애려는 코믹한 장면과 대사들은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어린 입에서 튀어나오는 육두문자가 다소 거칠지만 투박한 북부잉글랜드 사투리를 웃음으로 버무린 부분이 좋다. 조연들의 웃음코드가 담긴 안무도 재치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엘튼 존의 음악은 독창적인 안무 뒤에 가려진 느낌이고, 첫날 무대에 선 빌리 이지명은 불안했다. 하지만 탄탄한 이야기와 볼거리의 힘은 세다. 작품 속 빌리가 발레리노로 날아오르듯, 빌리 역을 맡은 네 어린이도 계속 성장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