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으로 대표되는 스튜디오 지브리는 '원령 공주' '이웃집 토토로' 등 주로 자연 친화적인 메시지가 담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왔다.
매일 진화하는 컴퓨터 기술 덕택에 3D 애니메이션이 양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 장면 한 장면을 손으로 직접 그리는 2D 셀 애니메이션 작업을 고수하는 지브리의 작업방식은 다소 답답해 보이지만, 일단 나온 결과물을 보면 세밀하고 정교한 세공술에 감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작 '마루 밑 아리에티'도 지브리의 이 같은 특성이 잘 묻어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소인을 소재로 했다는 점, 자연에 대한 세밀한 묘사, 입가에서 시작해 얼굴 전체로 퍼져 나가는 인물들의 기분 좋은 미소, 머리카락이 부풀어 오르고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영국 동화 '마루 밑 바로우어즈'를 원작 삼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각색을 했고, 지브리에서 14년간 실력을 갈고 닦아온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을 맡았다.
교외에 있는 오래된 집의 마루 밑. 14살 소녀 아리에티가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사는 터전이다. 10㎝ 소인인 이들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인간의 방으로 들어가 훔쳐서 생활한다.
각설탕과 휴지 등 생활 물품이 떨어져 아버지와 함께 인간의 방으로 간 아리에티. 휴지를 훔치려는 순간 인간 소년 쇼우에게 발각당한다.
인간에게 잡힐까 봐 두려움에 떠는 아리에티 가족은 이사를 추진하지만 아리에티는 남몰래 쇼우를 만나 소인의 존재를 누설하지 말아달라며 도움을 요청한다.
아리에티와 그녀의 아버지가 인간의 방에서 로프 등을 이용해 움직이는 장면은 마치 거대한 빙벽을 타는 유명 등산가들의 유려한 발놀림처럼 경쾌한 속도감을 전해준다. 아리에티와 쇼우가 나누는 미묘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도 재미를 준다.
최근 도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뭇잎의 가장자리를 울퉁불퉁하게 표현하거나 벽돌 끝의 부서진 부분을 조명하려 했다"고 말한 요네바야시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디테일이 뛰어나다. 벽장 같은 가재도구부터 인물들의 표정 변화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구현해냈다.
아리에티도 쇼우도 영화 처음보다는 끝 부분에 한 뼘쯤 성장해 있다는 점에서 기분 좋은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다만, 인간에 대한 이해나 관찰이라는 측면에서 '마루 밑 아리에티'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만든 작품처럼 깊은 울림을 전해주지 못한다. 등장인물이 적은 데다가 사건도 많지 않아 전반적으로 단순하다는 인상도 준다. 일본에서 상영중인 이 영화는 지난 22일까지 610만명을 동원했다.
9월9일 개봉. 전체관람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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