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010 번호를 사용하는 3G망 사용자는 책장을 넘겨도 좋다. 어디까지나 이 글은 011, 016, 017, 018 번호를 사용하는 2G 사용자들의 하소연을 담고자 하기 때문이다. 2G 사용자들은 항상 불안하다. 물론 아무런 뉴스가 없는 조용한 날에 별다른 걱정 없이 현업에 종사하며 잘 먹고 잘 살지만 가끔 ‘번호 통폐합 멀지않았다’ 같은 식의 타이틀을 단 뉴스가 나오면 태연한 척해도 자꾸 좌불안석이다. 솔직히 3G만 대우해주는 모 통신사가 밉고 압력을 행사하는 모 통신사는 정말 밉다. 하지만 이제 소수가 되어버린 2G 사용자들이 어디 힘이 있나. 마치 다수결의 법칙인 양 2G 사용자들은 그저 정책의 희생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가. 011, 016, 017, 018이란 번호는 그렇게 간단하게 없어져야 되는 행정정책의 바리케이트 같은 것이 아니다. 이 번호들은 엄연히 사용자가 가진 무형의 권리인 것이다. 이 번호들을 쓰는 사용자의 특징은 대부분 이 번호를 아주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으며, 이것은 이 번호들이 사용자들에게 단순한 전화번호가 아닌 무형의 재산이라는 것을 증명한다(실제로 불과 얼마 전까지 전화번호가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과 경쟁 이동통신사의 압력으로 2G 사용자는 점점 막다른 길에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스카이의 신제품 출시 소식이 남다르게 다가오게 마련. 다름 아닌 2G 이용자를 위한 새로운 제품, 스카이 우드의 등장이다.
스카이의 우드(WOOD)는 이름처럼 나무와 밀접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휴대폰 전면 절반 이상을 나무 무늬목을 발라 나무 패턴으로 덮어놓은 것. 사실 기존 휴대폰은 사용자가 커스트마이징할 수 있는 휴대폰용 스킨으로 나무 무늬가 유행했듯이 아날로그 느낌이 가득한 나무 소재는 디지털 기기와 참 잘 어울렸었다. 이런 디자인이 단순히 세련된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아날로그 느낌이 가득한 2G 사용자를 타깃으로 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전면 나무 패턴 옆 여백은 단순히 디자인을 위한 여백이 아닌 1.8인치의 OLED를 사용하는 엄연히 기능이 있는 부분. 휴대폰 폴더를 열지 않고 수신 전화나 상태 등 정보를 알 수 있는 듀얼 디스플레이 가운데 하나다. 메인 디스플레이는 폴더형으로서는 커다란 화면인 3인치 LCD, 300만 화소의 카메라는 주류인 스마트폰에 비하면 다소 아쉽지만 자동 초점 기능은 그나마 요즘 휴대폰 같은 느낌을 주어서 좋다. 난데없는 명함 인식 기능 같은 것은 아무래도 2G를 사용하는 고객의 연령층을 생각해 내장된 기능인 듯하다. 지상파 DMB와 금연 도우미, 건강 메모, 금융 메모 등의 기능이 있는 라이프 서포터즈 같은 특별한 기능이 제품 색깔을 더욱 확실하게 해준다.
사실 제품의 사양이 어떻든 2G 사용자는 스마트폰은커녕 새로운 제품만 출시되어도 감지덕지인 상황. 물론 스카이의 우드는 스마트폰이 난립하는 현재 휴대폰시장에서 2G 사용자만큼이나 소외된 느낌이다. 하지만 나무 패턴에 아날로그 느낌이 드는 폴더형 외형에 터치 방식이 아닌 버튼을 누르는 방식의 진정성에 기뻐하는 2G 사용자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제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2G 전용 제품 출시가 제조사에 이득이 되기도 하겠지만 이 제품의 큰 성공으로 또 다른 제품의 출시가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2G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