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스타 도요카와 에쓰시도 나이가 들더니 어쩔 수 없는 아저씨가 됐다. <아저씨>의 원빈을 떠올리면 안된다. 송강호에 더 가깝다. 물론 그에게도 원빈 같은 시절이 있었다.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1995)에서 청각장애인을 연기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화”를 보여줬다고 호평을 들었고, 이와이 순지 감독의 <러브레터>(1999)에서 히로코(나카야마 미호)를 흠모하는 아키바 선배를 연기해 짝사랑의 애틋함을 보여줬다. 이후, 얼굴에 살이 붙고 주름이 생기고 배가 나오면서 그에게 더이상 ‘청춘’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게 됐다. 대신 ‘오빠’, ‘남편’, ‘아빠’라는 호칭이 붙었다. <훌라걸스>(2006)에서 아오이 유우의 친오빠로 등장해 걸쭉한 오키나와 사투리를 뱉어주더니, <그 남자가 아내에게>(2010)에서 아내의 사랑을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철부지 남편의 전형을 보여준다. 덕분에 “일본 영화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보석 같은 배우”라는 칭찬도 받았다. 청춘 스타들이여, 이런 아저씨라면 늙을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