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실사영화에 흥미가 있지만 지브리는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입니다. 앞으로도 수작업에 의한 셀 애니메이션만을 만들어 갈 겁니다."
내달 9일 국내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마루 밑 아리에티'(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를 프로듀싱한 스즈키 도시오(62) 총괄 PD는 20일 일본 도쿄 스튜디오지브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스즈키 도시오 PD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지브리의 역사를 함께 만든 스튜디오지브리의 실력자다.
지브리 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경영에서 물러나 본업인 프로듀싱에 매진한다. 미야자키 감독과는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등을 함께 만들었다.
사막에서 부는 뜨거운 바람을 의미하는 '지브리'는 1985년 설립 이후 '이웃집 토토로'(1988), '마녀 배달부 키키'(1989), '붉은 돼지'(1992), '원령공주'(1997) 등을 만들며 작품성과 흥행에서 모두 성공, 일본 최고의 애니메이션 명가로 발돋움한 스튜디오다.
주로 자연 친화적인 메시지, 반전과 평화라는 키워드를 주제로 남자가 아닌 여자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여기에 손으로 하나하나 그린 섬세한 그림체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세계화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실제로 최근작 '마루 밑 아리에티'에서도 주인공은 여성이며 멸종해가는 소인들을 다뤘다는 점에서 자연친화적이다. 나뭇잎의 가장자리를 울퉁불퉁하게 표현하거나 벽돌 끝의 부서진 부분을 조명하는 디테일도 섬세하다.
"지브리는 여태껏 아이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습니다. 스필버그 감독 이야기를 해보죠. 그가 어린이를 위한 작품을 만든다고 해서 절대 대충대충 하지 않았어요. 많은 예산과 시간을 투자해 섬세하게 만들었죠.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애니메이션을 만듭니다. 표현도 세밀하게 다듬으려고 노력합니다. 그것이 바로 관객들이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돌려 3D 애니메이션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2D에 비해 입장료가 1.5~2배 비싸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3D 애니메이션 제작에 몰두하는 양상이다. 특히 미국 애니메이션계를 양분하는 픽사와 드림웍스는 3D제작에 열을 올린다.
3D로 만든 픽사의 대표 브랜드 '토이스토리 3'는 약 9억4천만달러를 벌어들여 '슈렉 2'(약 9억2천만)를 따돌리고 역대 애니메이션 기록을 갈아치웠고, 드림웍스도 올해 '드래곤 길들이기', '슈렉 포에버'를 모두 3D로 선보여 흥행에 성공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지브리도 3D를 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스즈키 PD는 인간의 온기가 느껴지는 2D 셀 애니메이션(수작업으로 한 컷 한 컷 그린 원화를 연속 촬영해 만든 애니메이션)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3D를 제작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애니메이션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디지털화해 가는 세상이죠. 우리는 인간의 수작업으로 해 나가는 게 어디까지 가능할까를 생각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3D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브리는 옛것을 지킨다는 점을 원칙으로 합니다. 인간이 직접 손으로 그렸다는 점을 많은 관객이 은연중에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손으로 그리는 것, 지브리가 완강하게 고수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그는 한국의 '원더풀데이즈'(2003)를 인상적으로 봤다면서 "한국도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적 색채가 느껴지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드라마 대장금에 대해서는 "이야기 만드는 법을 생각하게 해 준 좋은 드라마"라고 평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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