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Entertainment > 연예 > 연예뉴스
정성모 "악역인데도 사람들이 멋있다네요"
2010-08-19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옛날엔 악역을 하면 사람들이 절 피해 다녔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가와요. 그러고는 이러죠. '탁구한테 좀 잘해주세요'라고..(웃음)"

탤런트 정성모(54)가 KBS 2TV '제빵왕 김탁구'의 한승재 실장 역으로 2010년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비록 주인공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악역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비열한 연기로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폭넓은 연령층의 지지를 받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아이들도 '아저씨 멋있어요' '짱이에요'라며 좋아하는 것을 보니 격세지감을 느껴요. 1995년 '모래시계' 때 이종도 역을 했을 때는 옆에 오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어디를 가든 사진 찍자고, 사인해달라고 하네요. 그걸 보면서 정말 남녀노소가 골고루 다 우리 드라마를 재미있게 봐주시는구나 느끼죠."

최근 '제빵왕 김탁구'의 촬영이 진행 중이던 충무로 한옥마을에서 그를 만났다.

평택, 청주, 화성, 청남대 등 사방으로 로케이션을 다니는 촬영 스케줄 탓에 만나기가 쉽지 않았던 그는 "차에서 한두 시간씩 눈 붙여가며 촬영을 하는데 반응이 좋으니 너무 기분이 좋다"며 "한승재 실장이 연기자로서의 내 자존심을 살려주고 있다. 훗날 이 작품 덕에 2010년을 확실하게 기억할 것 같다"며 웃었다.

'제빵왕 김탁구'는 주인공 김탁구의 흔들림 없는 착한 마음 때문에 '착한 드라마'라 불리지만 한편으로는 한 실장이 주도하는 모략과 폭력으로 '막장 드라마'란 비난도 받는다.

바로 그 두 가지 면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드라마가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는 것일 텐데, 드라마의 어두운 면을 정성모가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악역으로 보이지만 한승재 입장에서는 악인은 아니에요. 서인숙(전인화 분)을 사랑하고 그녀와 사이에 낳은 마준(주원)이라는 또 다른 족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악행을 하게 되는 인물이거든요. 그런 것을 보면 한승재도 애처롭죠. 또 한승재의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거성가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도 있어요. 개인의 욕망만으로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또 정말 나쁜 자라면 애초에 어린 김탁구와 그의 엄마 김미순(정미선)의 연을 끊을 수도 있었어요. 그러나 한승재는 그 정도로까지 극악무도하지는 않았어요."

그는 드라마의 폭력성에 대한 지적에 대해 "물론 폭력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드라마의 극적 장치로 이해해달라. 전체적으로는 좋은 드라마 아니냐"고 말했다.

한승재의 날카로운 눈빛과 포커페이스, 탁구와 마준 앞에서의 상반된 모습 등은 극의 긴장감을 책임진다. 1982년 MBC 공채 탤런트 15기로 데뷔해 올해 연기생활 28년을 맞은 정성모는 그런 한승재에게 활활 타오르는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데, 정성모와 이 드라마의 인연이 재미있다.

"우스운 얘기지만 무슨 역할인지도 모르고 이 드라마에 출연했어요. 잘 알던 제작진으로부터 어느 날 연락이 왔는데 제목도 모른 채 '그래 하자'고 대답을 해 버린 거에요. 제가 보통은 대본을 보내보라고 얘기하는데 그날따라 그냥 하겠다고 한 거예요. 그런데 한동안 연락이 없기에 엎어졌나보다 했더니, 두 번째로 전화받은 게 대본 연습하러 나오라는 거였어요. 1회 대본 연습 현장에 나가서야 드라마 제목과 내용, 배역을 알게 됐어요. '제목이 뭐 이래?' 하며 연습을 시작했고, 끝나고 나서 '내가 악역이냐'고 물었다니까요. (웃음) 한마디로 소 뒷걸음질치다가 쥐 잡은 격이죠. 운이 좋았어요."

그는 "그런데 그날 연습을 하면서 대본이 치밀하고 힘이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겠더라. 내용도 모르고 출연하겠다고 했지만 정말 선택을 잘한 셈이 됐다"며 웃었다.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중년 연기자들의 팽팽한 연기 대결에 있다. 전광렬, 전인화, 정성모의 트라이앵글에 장항선, 박상면, 전미선 등이 가세한 조합이 기막힌 하모니를 이룬다.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전인화 씨랑 호흡을 맞추면서 '우리 연기가 참 맛있지 않냐?'고 했어요. 우리끼리도 호흡이 정말 기가 막힌 거예요. 한승재는 늘 서인숙에게 져야 하는 역할인데도 제가 전인화 씨랑 대립하는 신을 찍다가 어느 순간 긴장감이 팍 느껴지면서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 정도로 불꽃이 튑니다. 전미선 씨와도 마찬가지에요. 엊그제 한승재가 뒤를 쫓던 김미순과 드디어 만나는 장면에서 '오랜만이구만, 김미순이"라는 말을 던지는데 거짓말 좀 보태서 100번을 더 연습한 것 같아요. 그 한마디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뒷 대사들이 쫙 풀리게 되거든요. 전미선 씨와 호흡을 맞출 때도 편안함을 느꼈는데 그 편안함이라는 것이 서로 연기를 맛있게 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때 제주도로 내려가 전원생활을 하는 등 활동이 뜸했던 정성모는 2008년 KBS 2TV 사극 '바람의 나라'와 2009년 MBC TV '선덕여왕'에 잇달아 출연하며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바람의 나라'의 배극은 '모래시계'의 이종도에 이어 '정성모표 악역'의 맛과 멋을 느끼게 했고, '선덕여왕'의 김서현은 아들 김유신과 함께 극에 품위를 더했다.

두 사극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데 이어 시대극 '제빵왕 김탁구'가 또다시 최고 인기 드라마에 등록하면서 정성모는 네티즌의 인기 검색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 검색시대가 안 좋은 것 같다. 요즘 인터넷에서 내 나이를 보고는 '왜 그렇게 나이가 많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마음은 청춘인데…"라며 웃었다.

"예전에 '넌 왜 아무 역이나 막 하냐'는 말을 들었어요. 제가 사실 연기 초창기 때는 좋은 인물을 많이 했거든요. 그러다 악역을 맡기 시작했는데 이미지 관리를 못한다는 지적이었죠. 하지만 전 여러 역과 부딪혀서 연기를 깨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나이 먹어서 편안하게 여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게 지금에 와서 보니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는 "인기는 한순간이라는 걸 잘 안다. 대중은 금세 잊는다"면서 "그래서 나 역시 지금 이 순간을 즐길 뿐이지만 어찌 됐든 반응이 좋으니 힘이 난다"고 했다.

pretty@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