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고 있다. 유형의 형태(CD, DVD)로 제공되던 콘텐츠들이 웹을 통한 무형의 형태로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것은 양산화된 불법 다운로드의 문제 이전에 편리성에 대한 문제다. 어쨌든 영화나 음악을 다운로드한다는 개념이 콘텐츠의 주 소비자층에 자리잡히며 다운로드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받는 형태가 일반화돼버렸다. 초기에 불법 다운로드와 전쟁을 벌이던 콘텐츠 공급자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이제는 ‘굿 다운로더’ 캠페인을 벌이며 다운로드 방식을 콘텐츠 공급 형태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찍이 음향 분야에서 MP3로 대표되는 음원들은- 진통의 과정을 거치며- 음원사이트를 통해 다운로드 공급방식을 시작했다(현재 PC-FI라는 개념의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까지 확장되고 있는 실정에 비하면 영상 분야는 늦은 시도). 사실 일찍부터 영상 분야에서도 HT(Home Theater)PC가 있었지만 불법 다운로드를 양산한다는 주장 때문에 본격적인 시장화는 눈치를 봐야 했다. 그러나 이제 콘텐츠 시장은 변화했고 과거와 달리 HTPC의 개념 자체가 재정립되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그 선두에 설 만한 제품이 등장했으니 다름 아닌 본격 하이엔드 지향 HTPC케이스 디지털피직스의 모듈2.0이다. 사실 HTPC란 정체성을 가지고 탄생한 PC는 몇 종류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HTPC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HTPC용으로 출시된 전용 케이스를 구입하여 부품을 채워 넣어 직접 DIY하는 방식으로 구현하곤 했다. 말이 HTPC지 내용물이라 할 수 있는 부품들은 기존 PC부품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다면 HTPC가 외형만 다르기 때문에 HTPC냐라고 말할 수 있는데 사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부품이나 윈도 같은 운영체제에 이르기까지 HTPC라고 특별히 내용상 달라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영상 재생을 위해 그래픽카드를 특별한 것으로 사용하거나 팬 소리를 줄이기 위해서 무소음 팬을 사용하는 수준의 기초적인 PC튜닝이야 가능한 것이지만.
모듈2.0이 다른 점은 이렇게 다소 수동적인 HTPC케이스에서 벗어나 기능성을 강조한 HTPC케이스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드디스크를 장착하는 부분에 실리콘 다리를 달아서 하드디스크의 진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기능, CPU팬과 상판을 맞닿게 하여 CPU팬의 효율을 높인 점, 각종 부품으로부터의 공진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부품과의 유격과 홈들을 새롭게 설계하는 등 기존 HTPC케이스가 외형만 달랐다면 모듈2.0은 내실까지 기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제일 인상적인 점은 기존 경쟁 HTPC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이라 할 정도로 차이를 드러내는 외형의 마감이라 할 수 있다. 보통 하이엔드 오디오를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가 전면 패널의 디자인과 두께였다면 모듈2.0은 그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전문용어로 무려 18T, 즉, 180mm에 달하는 두툼한 전면 패널은 하이엔드 오디오의 바로 그것이다. 진중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전면에 LCD나 VFD 같은 것은 제외시켰다. 또한 1천만원대의 하이엔드 오디오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표면처리를 보면, 하이엔드를 향한 디자이너의 결벽증은 치가 떨릴 정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케이스만 해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무려 40만원 후반대로, 어지간한 조립PC 한대 가격. 시장성은 완벽한 제품을 향한 제조사의 열정에 파묻힌 느낌이다. 장인정신까지 느껴지는 높은 퀄리티의 제품은 좋지만 제품의 질에만 충실하다가 시장성을 놓치는 비운의 역작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된다. 척박한 국내시장에서 용기있는 시도지만 그래도 그 의도가 궁금하다면 www.audiopc.co.kr에서 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