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
깨진 도자기만큼이나 그 목적을 잃어버린 물건이 또 있을까. 하지만 이수경 작가에게 도자기의 금이나 흠은 결함이 아니라 작품의 원천이다. 도자기 파편들을 모아 그 이음새에 금박을 덧칠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버려진 도자기들이 가느다란 금박 무늬를 입어 하나의 조각품으로 거듭난 것을 보면 왠지 마음이 뭉클해진다. 재활용의 훈훈함보다는 깨진 도자기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경외감이 먼저다. 독일 평론가 아이겐 블루메는 이들 작품을 두고 “추상적이며 현대적인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 말이 맞는지, 직접 관람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