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엄친아' 이미지를 너무 깨고 싶었어요. 호섭이는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역할이라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잡고 싶었습니다."
탤런트 이상윤(29)은 진심으로 현재의 역할을 즐기는 듯했다.
SBS TV 주말극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막내아들 호섭 역을 맡고 있는 그를 최근 만났다.
"촬영장에 가는 게 너무나 즐겁고 변신이 행복하다"며 활짝 웃은 그는 화면에서보다 더 훤칠하고 매끈한 모습이었다. 키가 185㎝란다.
호섭이는 중산층 가정의 막내 아들로 대학을 중퇴하고 스킨스쿠버 강사로 활동하는 인물. 화목한 가정에서 바르게 자라난 '착한 아들'이지만 단순한 면이 있어 툭하면 여동생으로부터 '바보'라고 놀림을 받기도 한다.
최근에는 1천만 원 정도를 들여 결혼할 상대인 연주(남상미 분)의 차를 바꿔주겠다고 했다가 집안을 뒤집어놓기도 했다. '지금 네 형편에 그런 짓이 가당키나 하냐'는 비난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그런데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섭과는 전혀 다른 인물들을 주로 연기해왔다. 부잣집의 똑똑하고 잘 생긴 아들이자, 스마트한 변호사 혹은 엘리트 대학원생 역할이 그의 전공이었다. 매사 자신만만하고 두려울 게 없는 안하무인의 캐릭터로 차갑고 냉정했다. 또 1천만 원 정도 쓰는 건 우스운 남자였다.
그런 그의 이미지를 바꿔준 사람은 '인생은 아름다워'의 김수현 작가. 2008년 SBS '신의 저울'을 호평했던 김 작가는 그 작품에서 송창의와 투 톱을 이뤘던 이상윤을 눈여겨보면서 그에게서 지금의 호섭이 이미지를 끌어냈다.
"이순재 선생님이 당시 '김 작가가 자네를 되게 좋게 본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또 다른 분한테는 김 작가님이 '저 친구에게는 사내 냄새가 난다'고 하셨다는 말도 전해들었어요."
김 작가는 샤프한 수트 차림이었던 그를 몸으로 부딪히는 스킨스쿠버로 변신시켰고, 어깨와 눈에 들어갔던 힘을 완전히 빼고 대신 따스함을 불어넣어줬다.
"호섭이는 때가 덜 묻은 순수한 남자예요. 꼬인 부분도 없고요. '바보'라는 소리를 많이 듣지만 그게 지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순수하고 단순해서 그런 거여요. 요즘은 연주와의 결혼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더 바보 소리를 듣는데, 호섭이는 연애하니까 그저 행복할 뿐이에요.(웃음)"
그가 이처럼 이미지를 바꾸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은 서울대 물리학과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이 한몫했다. 데뷔 때부터 '남자 김태희'로 불렸던 그를 드라마 관계자들은 극 중에서도 '엄친아'로 만들었다.
"처음에 시작할 때 그런 점이 백그라운드로 작용했고 거기서 풍긴 이미지 때문에 비슷한 역할들이 잇달아 들어왔어요. 그런데 전 빨리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김수현 작가님께 너무 감사하죠."
연기를 하느라 학업을 소홀히 해 지난해 학사 경고 누적으로 서울대에서 제적됐던 그는 올해 재입학 신청으로 구제돼 다시 학생이 됐다.
"제적 소식에 많은 분께 혼났어요. 학교는 꼭 졸업해야죠. 지금 10학기까지 다닌 상태인데 내년에는 가능하면 학업에 집중해 졸업하려고요."
이상윤은 공익근무 막바지였던 2004년 말 소위 '길거리 캐스팅'으로 광고모델 제안을 받았다.
"그전까지는 연기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부모님과 친구에게 물었는데 양쪽 모두 놀랍게도 적극 추천을 하는 거에요. 부모님은 제가 내성적이라 그런 일을 하면 성격이 좀 밝아질 것으로 기대하셨던 것 같아요. 물론 순전히 아르바이트로서죠. 그러다 진짜 연기하겠다고 하니까 그땐 반대하셨어요.(웃음) 아버지와 1년 정도 다퉜어는데, 살면서 아버지와 다툰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만큼 연기가 하고 싶었고 절실했어요. 지금은 아버지가 저의 1호 팬이세요. 제 출연작은 다 녹화에서 보며 조언하시고 팬클럽에도 가입하셔서 열성적으로 절 응원해주세요."
공익근무를 마치고 2005년 초부터 광고모델로 활동한 그는 8편 정도에 출연하면서 연기교육을 받았고 2007년 KBS '드라마시티'로 연기에 데뷔했다. 이후 '미우나고우나', '신의 저울', '사랑해 울지마', '맨땅에 헤딩' 등에 출연했다.
"연기를 하면서 성격이 많이 밝아졌어요. 원래는 굉장히 소심하고 겁도 많고 내성적이었어요. 하지만 운동을 좋아하고 노는 걸 즐겨서 친한 사람들과는 수다도 잘 떨어요. 농구, 축구, 야구 등 운동은 다 즐기는데 운동할 때는 눈빛이 변한다는 소리를 종종 들을 정도로 승부근성을 발휘합니다."
그는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변신의 즐거움과 함께 대가족 체험의 기쁨도 누리고 있다.
"제가 외동아들이에요. 자라면서 부모님과 저 세 식구 단출한 삶을 살았죠. 그게 불편하다거나 아쉬운 적은 없었는데 '인생은 아름다워'의 호섭이로 살아보니 대가족이 너무 좋은거예요. 촬영장의 북적북적함이 좋고 가족회의 같은 장면에서는 모두가 둘러앉아 한마디씩 툭툭 치고 나가는 것도 좋았어요. 제주도에서는 합숙생활도 하니 더 가족 같은 느낌이 들고요."
그는 "연기가 너무 좋다. 연기를 하면서 부끄러움도 항상 느끼지만 그 부끄러움을 없애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된다. 100번 부끄럽다가도 집중해서 어느 한 순간 부끄러움을 잊은 연기를 하면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며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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