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이미지를 걱정했다면 이 역을 못 맡았을 겁니다. 전 우리 드라마를 통해 동성애자들의 삶이 좀 더 행복해지고 인정받기를 바랍니다."
SBS TV 주말극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동성애자 태섭을 연기하는 송창의(31)의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분명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자신의 역할에 대한 확신이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드라마 초반인 지난 4월 만났을 때는 자신의 정체성과 다른 역을 하려니 상당히 힘들었다고 고백했던 그다. 그러나 방송 4개월여가 흐른 현재 그는 더욱 맷집이 세지고 차분해진 듯했다.
최근 '인생은 아름다워'의 경기 고양 탄현 SBS 촬영장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그 사이 시청률이 20% 대로 진입한 '인생은 아름다워'는 태섭의 '커밍아웃' 폭탄을 터뜨린 후 이제는 태섭과 그의 연인인 경수(이상우)의 결혼식을 추진하고 있다.
둘의 커밍아웃만으로도 주말 안방극장에는 커다란 소용돌이가 일었다. 거기서 더 나아가 김수현 작가는 둘의 알콩달콩한 연애를 이성연애 못지 않게 구체적이며 거리낌 없이 묘사하고 있고 심지어 결혼식이라는 카드도 꺼내들었다.
이 같은 전개는 동성애를 받아들인 시청자들마저 불편하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안정권으로 접어든 시청률은 별반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고 그 와중에 송창의의 연기는 갈수록 섬세해지고 있다.
"제가 입기 힘든 역할을 하라고 하면 이렇게 못 할 거예요. 저도 낯뜨거워서 연기하겠어요? 하지만 김수현 작가님은 대본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표현을 해주세요. 제가 충분히 이해가 되는 수준에서 풀어주시니 저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수위 조절을 잘하신다고 할까요? 너무 표현이 안 돼도, 또 너무 과해도 문제인데 배우가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게 해주시니 작가님의 힘이 대단하신거죠."
그래도 갈수록 대담해지는 태섭과 경수의 애정 표현이 배우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을까.
"더 고민되는 점은 없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상우(경수 역)와 호흡이 더 잘 맞으니까요. 또 이미지가 고민이 됐다면 처음부터 아예 못 맡았죠. 전 동성애자 역할이 하나의 굵직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우로서 이런 역할을 맡을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굵직한 캐릭터를 소화해내고 싶은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김수현 작가님이 대단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번에 대본을 보면서 다시 놀랐다. 기대 이상으로 디테일이 잘 살아있고, 모든 감정이 구체적이고 섬세해 놀랐다"며 "무엇보다 작가님과 내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껴 신기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닷가에서 태섭과 경수의 데이트 장면도 그렇고, 경수 어머니가 태섭을 처음 찾아와 분노를 퍼부을 때의 장면 등에서 제가 태섭이 어떻게 할 것 같다고 예상하면 작가님이 그렇게 대본에 이미 써놓으신 거예요. 캐릭터의 감정의 흐름을 작가님과 배우인 제가 서로 해석하고 읊는데 그게 무언중에 일치하는 것을 보고 놀라고는 합니다."
동성애에 대한 송창의의 생각에는 그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궁금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잠시 호흡을 골랐다.
"힘들고 중요한 질문인데, 제 생각이 바뀌진 않은 것 같아요. 다만 좀더 친근해진 것은 있죠. 전 이제 주변에 동성애자가 있으면 그냥 바라봐줄 것 같아요. 우리 드라마로 어느새 싫든 좋든 시청자들이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셨다고 생각해요. 또 태섭과 경수의 이야기를 불편해하더라도 그들을 나쁘게는 바라보지 않는 것 같고요. 그럼으로써 그분(동성애자)들이 분명히 위안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극 중 태섭과 경수가 결혼식을 하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면서 "어떻게 되든 드라마 제목처럼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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