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민호(천호진)는 전신을 제대로 쓸 수 없는 뇌질환 환자로 병원에 입원 중이다. 어느 날 그의 옆 침대에 사고로 뇌를 다친 상업(유해진)이 실려온다.
민호는 상업을 보자마자 아내를 살해한 원수라고 직감한다. 삶의 의욕을 잃은 채 죽음만을 기다리며 살아가던 민호. 그는 재활치료에 전념하며 복수의 칼을 갈기 시작한다.
조원희ㆍ김상화 감독의 데뷔작 '죽이고 싶은'은 '올드보이'(박찬욱 감독)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장철수 감독)과 같은 영화들의 향기가 배어 있는 작품이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이 복수를 위해 수십 년을 준비한 끝에 복수를 하고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여성을 위해 복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다.
기본적인 설정은 과거 영화들의 영향을 받았지만 영화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유려한 디테일, 장르를 오가는 솜씨를 보여준다.
이야기는 여러 차례 꼬인다. 민호는 상업을 원수로 생각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같은 상황은 모호해진다. 오히려 원양어선을 탔던 상업은 민호가 자신의 아내를 죽였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코미디와 스릴러, 공포적 장치들이 뒤엉키면서도 이야기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클라이맥스에서 하 간호사, 백 과장 등의 조연도 제몫을 한다.
영화 막판 민호와 상업이 보여주는 액션은 주목할 만하다. 사지를 제대로 쓸 수 없는 이들은 병실 바닥을 기어다니며 서로 물어뜯고,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흉기를 사용해 상처를 준다.
천호진과 유해진은 코미디와 정극을 넘나드는 자연스런 연기로 드라마에 힘을 불어넣는다.
작년 영화진흥위원회 장편영화 제작지원사업 당선작이다.
26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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