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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계자 겨냥한 IMDB 유료사이트, IMDB Pro
2001-12-20

돈이 도니 든든하군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 그러니까 1995년 12월 말쯤에 발매되었던 <씨네21> 34호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최신 영화정보가 필요하십니까?- 세계 최대의 영화 정보창고 인터넷 무비 데이터베이스.’ 당시만 해도 ‘인터넷 탐험’이라는 코너명으로 연재되던 지금의 네트21 코너를 통해 IMDB를 소개한 글이었다. 물론 지금이야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IMDB가 무엇이며 얼마나 강력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겠지만, 그 당시만 해도 IMDB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때였다. 무엇보다 인터넷이라는 매체 자체가 대중화하기 훨씬 전이었고, IMDB를 통해 미국영화 중심의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볼 필요가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영화를 학문적으로 공부하려는 사람이나 영화를 인생의 일부로 생각할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큰 도움이 되는 곳이다(그가 전화비를 감수할 수만 있다면)’이라는 문장이 들어 있을 정도로, 당시는 초고속 인터넷이란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시대였던 것이다.

그뒤 6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전세계 수많은 영화인/영화팬들 사이에서 사랑받은 IMDB는 그동안 참 많이 변해왔다. 처음에는 영국의 카디프(Cardiff)대학에서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해, 한국의 다음(당시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을 비롯한 전세계 여러 미러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다 닷컴 붐이 한창이던 90년대 말 들어서, IMDB의 상업적인 가치를 발견한 Amazon.com이 인수하자 본격적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각종 영화정보에 대한 검색을 할 때마다 관련된 서적이나 비디오/DVD 등에 대한 판매를 알리는 조그만 박스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다. 더불어 이용자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쌓이는 데이터베이스도 같은 속도로 늘어났다. 6년 전 6만여개였던 영화의 데이터베이스가 급속도로 증가해 29만여개로 늘어났고, 25만개였던 인물정보의 숫자는 이제 100만개를 넘어선 것이다. 매달 방문하는 방문객 수만도 이제 1천만명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고공비행을 하던 Amazon.com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신경제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IMDB를 통한 직접적인 수익창출 방안을 Amazon.com이 고민하고 있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런 소문은 결국 현실로 돌아왔고, 그 결과가 바로 얼마 전 야심차게 공개된 IMDB Pro다.

기존 IMDB 사이트에서 손쉽게 접속할 수 있는 IMDB Pro는 이름 그대로, 영화계에 종사하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Industry Portal’을 추구하고 있다. 그에 따라 당연히 월 13달러 또는 연 99달러의 이용료를 내야 쓸 수 있는 상업사이트다. 이 IMDB Pro가 기존 IMDB와 차별화되는 것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영화계를 의식했다’고 밝힌 디자인. 기존의 전형적인 데이터베이스 검색 중심의 디자인에서, 화려한 포털 형태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각 영화의 페이지들도 너무나 보기 쉽게 만들어놔서, 이전의 IMDB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 변화와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만을 가지고 IMDB의 유료화를 시도했을 리는 만무한 일. 새롭게 선보인 많은 기능 중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우선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세계 영화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일별, 주별, 월별 혹은 연별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캘린더 기능이 있다. DVD와 비디오 출시나 영화 개봉은 물론 영화제 등의 이벤트에 대한 정보도 깔끔히 정리되어 있는 것.

또한 역시 일별, 주별, 월별, 연별 박스오피스 집계는 물론이거니와 주별 DVD 판매순위, 역대 흥행순위 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박스오피스 코너는 관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박스오피스 코너에서 새롭게 시도한 ‘MOVIEmeter’라는 순위제도. 이전의 IMDB에서는 방문자들이 각 영화에 대한 평점을 매기면 이를 종합해 순위를 결정하는 초보적인 방식을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IMDB 이용자들의 이용내역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영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를 나타낼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IMDB는 이러한 통계적인 접근방식이 영화를 제작, 마케팅하는 사람들에게 좀더 현장감 있는 호감도 조사의 결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한편 기존 IMDB에서는 많이 부족했던 영화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뉴스들을 제공해주는 ‘News’ 코너 역시 이전의 IMDB 이용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로 출연이나 참여에 대한 정보들에 한정되어 있던 인물들에 대한 정보도 다채로워졌다. ‘MOVIEmeter’와 비슷한 개념으로 ‘STARmeter’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변화다. 마치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배우들에 대한 주식시장처럼, ‘STARmeter’는 영화배우과 감독들에 대한 주간 인기도 순위가 자동으로 집계되어 한눈에 최근 인기가 있는 배우, 감독들은 물론, 순위가 급상승하고 있는 이들과 순위가 급하강하는 이들까지 볼 수 있어 아주 재미있다.

이 밖에도 IMDB Pro는 기존의 핵심역량이었던 검색 부분을 더욱 강화해 다양한 항목에 대한 동시 검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놓았다. 이 부분은 영화계 종사자, 특히 홍보담당자나 기자들에게 최고의 기능이 될 것이 분명하다. 여하튼 이러한 다양한 기능들을 통해, IMDB Pro가 성공적으로 유료회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만약 성공한다면, 언젠가는 브리태니카 대백과사전 홈페이지가 그랬듯 IMDB도 무료 사이트의 정보를 대폭 줄이고 대부분의 축적된 정보들을 유료화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IMDB Pro의 등장은 그리 반가운 일만은 아닌 게 사실이다.

IMDB Pro 홈페이지 http://pro.imd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