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까지도 콤팩트형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었다. 주로 DSLR과 비교되며 그 성능이 무시되곤 했던 콤팩트형 디지털카메라는 사실 복잡하게 검증할 필요도 없이 그 크기만으로도 믿음을 주지 못했다. 편견이나 성차별을 떠나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덩치 큰 남성이 손바닥만한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습과 DSLR을 들고 있는 모습을 같이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우월해 보일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은 흘렀고 엄청난 속도의 기술 개발에 따라 현재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콤팩트형에서 1천만 화소가 일반적이 되는 세상, 더불어 DSLR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출사 시에 무거운 DSLR보다 콤팩트형 디지털카메라가 각광받는데 요즘 같은 더운 날에 말해 무엇하랴. 더구나 콤팩트형 디지털카메라의 결과물이 미숙하게 다룬 DSLR의 결과물보다 좋다. 이런 우수한 하드웨어적인 성능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의 역습이며 반격이자 전면전이 가능하게 만든 요소다. 바로 그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삼성 VLUU WB2000이다. WB1000의 후속작인 이 제품은 단순한 제품의 후속작이 아니라 하이엔드급 성능을 가진 콤팩트형 디지털카메라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VLUU WB2000는 가로100mm에 세로는 다이얼 사이즈까지 60mm, 그리고 두께는 25mm의 확실히 콤팩트한 크기다. 하지만 외형은 기존 제품에 비해 간단하면서도 복잡한 느낌을 주는 것은 상단의 아날로그 미터 덕분. 배터리와 메모리의 잔량을 알려주는 아날로그 미터는 마치 자동차 시동을 켰을 때처럼 바늘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해당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굉장히 직관적이며 제품의 품격을 더하는 부분으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후면 인터페이스에도 작지만 큰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엄지손가락 그립부에 오른쪽 곡면에 걸쳐 있는 다이얼인데 이 다이얼은 셔터 모드와 타이머 설정이 가능하며 동영상 모드 상태에서는 동영상의 프레임 수를 결정할 수 있는 다이얼이 된다. 덕분에 기존 디지털카메라에서 내비게이션 버튼이 있는 부분에 위치하기 마련인 타이머 설정 버튼은 VLUU WB2000에서 제외되었고, 보통 외부에 따로 버튼이 달렸던 디스플레이 버튼이 위치하게 되었다. 기존 DSLR에서 내비게이션 버튼에 디스플레이 버튼이 위치하는 것으로 보아 DSLR과 승부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비게이션 버튼 자체도 차별화된다. 다이얼 자체를 요철구조로 만들어 그립이 좋기 때문에 작은 크기에도 정확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스마트 다이얼을 도입해 내비게이션 버튼의 다이얼을 돌리는 느낌도 분명하게 '클릭'하는 느낌이 들며 사뭇 다르다.
VLUU WB2000는 3인치의 AMOLED LCD를 사용하고 있다. AMOLED의 위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은 디테일을 보여주는 해상도에 있다. PC 화상에서 확인해도 실제 촬영 시와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단, AMOLED만의 진한 색감은 예외로 두자. VLUU WB2000에서 또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1920x1080p의 풀HD 동영상을 30fps의 프레임으로 촬영 가능하며 촬영 중에 정지 화상을 찍을 수 있다는 점. 동영상 촬영 시에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이미지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바로 그런 소비자의 요구를 잘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그 정지 화상이 동영상 캡처가 아닌 촬영 이미지라는 것은 기존 제품과 뚜렷이 구별되는 점이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BSI CMOS 센서의 위력. 광학 5배줌에 1천 fps에 이르는 초고속 촬영 기능, 파노라마, 움직이는 물체를 인식하며 파노라마 촬영을 할 수 있는 파노라마 액션 등 다양한 기능은 일일이 열거하기 벅찰 정도. 현재 출시 예정이며 가격만 적당하다면 메인 카메라나 우수한 서브 카메라로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