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정우정 프로그래머가 지난 7월27일, 영화제를 상대로 소송을 신청했다. 프로그래머로서 기본업무를 방해받고 있다는 것에 대해 영화제와 관계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취로 금지 및 취로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이다. 지난 763호 ‘이영진의 영화 판.판.판.’에서 보도한 것과 같이 정우정 프로그래머는 DMZ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직을 겸직했다는 이유로 영화제쪽으로부터 사직권고를 받았지만 “DMZ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직은 이미 조성우 집행위원장에게 허락을 받았다”는 정우정 프로그래머는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영화제쪽은 그의 임금을 지급하면서도 업무용 이메일이나 내부 공동 자료에 대한 접근과 업무와 관련된 모든 회의에 참석을 배제시키고 있는 중이다. 정우정 프로그래머는 “그동안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 엄태영 당시 조직위원장(전 제천시장)을 비롯한 영화제 관계 공무원들을 만나 사건의 중재를 요청했지만, 어느 누구도 문제해결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며 “이런 부당한 처사에 대해 결국 법의 힘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제천국제영화제의 규정에는 겸직에 관한 사항이 없다. 정우정 프로그래머는 “규정에도 없고, 이미 계약을 갱신한 뒤에 과거의 일을 소급해서 문제삼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규정이 있다면 규정에 따라 공식적으로 해고절차를 진행하면 되는 것이고, 그 규정은 또한 대학의 겸임교수이며 회사 대표를 겸하고 있는 조성우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방송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 전진수 프로그래머, 대학에서 강의를 했던 안미라 부집행위원장 등에게도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할 거다.” 이번 소송의 신청서에 따르면, 지난 3월3일 조성우 집행위원장은 정우정 프로그래머에게 “안미라(부집행위원장)와 전진수(공동프로그래머)가 당신과 함께 일을 하기 싫어하며,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사무국 분위기가 이렇게 좋지 않기 때문에 당신이 있는 한 올해 영화제를 잘 치러낼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우정 프로그래머는 “영화제 조직의 방만한 운영과 사유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평소 영화제 운영과 관련해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다른 게 많았다. 공적인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마치 가족회의를 하듯 영화제가 운영되는 건 문제가 있다. 윗사람의 기분에 따라 부당한 처우를 받고 상처를 입는 영화제 직원이 더이상 없었으면 한다.” 그는 영화제가 개막하기 전에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우선은 내가 프로그래머로서 영화제에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법의 보호 속에서라도 일단 업무를 정상화하는 게 필요하다. 아울러 영화제의 운영진과 관계 공무원들이 좀더 어른스러운 책임감으로 영화제를 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오는 8월12일 개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