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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나의 마지막 로맨틱코미디다
주성철 사진 백종헌 2010-07-27

김현석 감독 인터뷰

- 요즘 기아 타이거즈가 몇위 하고 있는지 아나. = 아, 전혀 모른다. 정말 영화에만 정신이 팔려 있어서. 몇위지?(소문난 야구광이자 골수 ‘타이거즈’ 팬인 그가 야구를 안 보는 것은 물론 순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놀라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기아 타이거즈가 기록적인 16연패를 당하기 전의 인터뷰다-편집자)

- 원래 시나리오도 빨리 쓰고 제작일정도 어기지 않는 감독으로 유명한데 이번에는 회차가 좀 늘었다. = 일단 내 영화 중 가장 컷 수가 많다. 촬영이나 미술에 신경을 많이 썼고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 다 찾아다니느라 이동이 많은 것도 이유이고, 좀 공들여 찍으려고 일부러 촬영을 늘린 장면도 있다.

- 공교롭게도 중심 배우 네명 모두가 최근 대박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 나도 찍으면서 놀랐다. 배우 팬클럽에서 경쟁적으로 현장에 간식 싸오고 하는 풍경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으니까. 엄태웅씨의 일본 팬도 현장에 찾아오고 그랬는데 이렇게 계속 한류스타하고 영화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웃음)

-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멤버 중 하나인 박철민은 어느덧 당신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가 된 것 같다. = 현장에서 안 심심하려고 캐스팅하는 사람이다. (웃음) 처음에는 최다니엘 역할을 노렸는데 그게 안되자 송새벽 역할도 탐냈다. 내 입장에서는 5, 6회밖에 나오지 않는 의뢰인 역할보다는 20회 이상 나오는 조작단원 역할을 권유했다. 그러면 현장에 더 오래 있게 되니까. 연기는 마음에 안 들지만(웃음), 현장에서 여러모로 마음의 안정을 주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꼭 필요한 형이다.

- <광식이 동생 광태>도 그런데, 당신 영화의 남자들은 시나리오에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머뭇거림이나 묘한 제스처, 알 듯 모를 듯한 표정 등 미묘한 구석이 있다. 이번에 만난 남자배우들은 어떤가. = 주로 그 배우가 가진 캐릭터에 맞춰가는 편이다. 그러면서 시나리오와 살짝 다른 느낌으로 간 게 있고 촬영하면서 새로 덧붙인 것도 있다. 버릇, 습관, 말투 그런 거 눈여겨보는 편인데 어느 정도 촬영이 지나니까 하나같이 내 행동이나 말투를 따라하더라. 그게 참 날로 먹는 연기인데(웃음) 처음에는 눈치를 보면서 따라하다가, 그렇게 하면 내가 오케이를 낸다는 걸 알고 경쟁적으로 나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건 아마도 또래 남자들이 서로 비슷한 면이 많다는 증거일 거다. 태웅씨는 귀여운 마초 같은 면이 매력적이고 최다니엘은 <지붕 뚫고 하이킥>과 다르게 이번 연기가 실제 자신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 나는 드라마를 잘 안 보는데 <지붕 뚫고 하이킥>은 지난해 하반기에 촬영 기다리면서 놀다가 너무 재밌게 본 작품이었다.

-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엄태웅은 어떤가. = <가족의 탄생>이나 <차우>에서의 모습이 좋았다. 거기서 능글능글한 한량 같은 이미지를 좋아했는데 그걸 그와 전혀 다른 내 작품 속으로 끌고 들어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멜로영화의 스테레오 타입을 안 해보기도 해서 일단 맞춰가는 느낌이 좋을 거라 봤다. 그러면서 생기는 이상한 충돌 같은 것도 있고 해서 원래 떠올렸던 병훈 캐릭터에 더 입체감이 생긴 것 같다.

- 그럼 상대적으로 <꽃보다 남자>와 <미남이시네요>의 여배우들은 불이익을…. = 왜 그러나, 그 작품들도 다시 보기로 다 챙겨봤다. 박신혜는 가장 뒤늦게 캐스팅됐고 배우 중 가장 어린데, 시나리오상 연극 무대미술 감독이자 최소 20대 후반의 여자여야 해서 부담되긴 했지만, 남자 둘과 여자 둘이 나오는 로맨틱코미디라면 그들이 한데 모여 있을 때의 비주얼이나 느낌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신혜의 느낌이 아주 좋았고 미팅을 하면서 시나리오의 특정 상황에 대한 질문들을 던져보면 정말 정확하게 읽어내더라. 가장 편견을 깨준 배우다. 생각해보면 이민정이야말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2004년인가 연극 <택시 드리벌>에 ‘화이’로 나온 걸 봤는데 얼굴은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큰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다 최근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로맨틱코미디의 경우 그 배우의 현재 상승곡선과 이미지가 작품에 중요하니까 캐스팅을 고려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첫날 촬영부터 감정신 연기가 상당한 걸 보고 마음을 놓았다. 나의 경우 여자 캐릭터를 잘 못 다루기 때문에 그렇게 믿음을 주면 든든하다. 게다가 이런 얘기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현장에서 발톱 깎는 것도 봤고(웃음) 스탭들과 정말 가식없고 털털하게 잘 어울린다.

- 결과적으로 시라노 연애조작단식의 작업이 예능프로그램에도 자주 등장하는 것이라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겠다. = 물론 상황조작극을 위한 영화 속 방식들이 여러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익숙해진 설정들이어서 피해가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요즘 몇몇 리얼중계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작업 같은 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인물들의 사연 아니겠나. 그리고 그 나이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나 정서도 중요하고. 암튼 나의 마지막 로맨틱코미디가 될 거다. (웃음) 이제는 좀 다른 그릇을 고민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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