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폐쇄적인 집단에 들어온 매력적인 이방인이라는 설정은 그간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딸 조던 스콧은 영화 '크랙'을 통해 이러한 소재를 훌륭히 변주해내며 단순히 거장의 딸이 아니라 자신이 재능있는 감독임을 입증해 내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1930년대 영국 외딴 지역의 한 기숙학교.
디(주노 템플)가 이끄는 다이빙팀 학생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다이빙 교사 미스 G(에바 그린)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온 매력적인 백작가문의 딸 피아마(마리아 발베르드)가 전학을 오면서 굳건했던 이들의 관계는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한다.
영화는 여성의 섬세한 감정을 따라가는 데 집중한다. 특별한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각 인물의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물결을 따라가다 보면 104분의 시간이 금방 흘러간다.
영화는 삼각관계가 축이다. 디는 미스G를 흠모하지만 미스G의 마음은 피아마에게 기울어 있다. 질투에 시달리는 디는 피아마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이 세 명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어쩌면 영화의 전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하나하나 잡아가는 감독의 역량이 탁월하다. 호감이라는 잔물결이 모여 집착이라는 파도가 돼 결국에는 파국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감정 묘사가 대단히 정교하게 구축돼 있다.
에바 그린의 연기는 주목 대상이다. 때로는 질투 어린 눈으로, 때로는 흐뭇한 눈으로 피아마를 바라보는 그린의 눈빛과 몸짓, 말투는 매혹 당한 여성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리들리 스콧과 그의 동생 토니 스콧이 제작했다. 영화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쉴라 콜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7월29일 개봉. 등급 미정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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