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특별히 코난을 모셨습니다. 문석 편집장이 야식으로 먹으려고 책상 서랍에 2주일간 넣어뒀던 오징어덮밥을 누군가가 몰래 먹어치웠습니다. 흠. 도대체 왜 편집장은 2주일간 오징어덮밥을…. 어쨌든, 분노로 불타오른 문석 편집장의 의뢰로 코난이 친히 납시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코난씨. 범인이 대체 누구일까요? 범인은 바로 당신입니다.
저… 저요? 대체 왜…. 입가에 붉은 고추장이 묻어 있는 걸로 봐서 당신이 범인임에 틀림없어요.
저 오늘 점심으로 충무로에서 주꾸미 먹었는디요? 장안의 화제인 충무로 주꾸미라고 있어요. 키조개관자(가이바시)랑 같이 주문해서 숯불에 자글자글 구우면 천상의 맛이 피어오르는 충무로의 명물입니다. 흐음. 범인은 치밀한 인간이군요.
왜요? 오징어덮밥을 오늘 몰래 먹은 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다른 직원들을 주꾸미 식당으로 가도록 유인한 겁니다. 그렇게 되면 자기 말고도 많은 직원들의 입가에 고추장이 남아 있게 되니까 말이에요. 치밀해요. 너무 치밀해요.
그건 치밀하다기보다 <씨네21> 기자들이 밥먹고 입도 안 닦고 양치질도 잘 안 한다는 소리처럼 들릴 뿐인데…. 누구였죠? 주꾸미를 먹자고 가장 먼저 권유한 사람이 대체 누구입니까?
문석 편집장이었는데요. 흐음. 그것 역시 치밀하군요. 문석 편집장이 오늘 하필 주꾸미를 먹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놈의 소행입니다. 치밀한데다 독심술도 있는 건가? 무서워. 너무나 무서운 놈이야.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이런 추리력으로 범인을 잡을 수나 있겠어요? 오늘 주꾸미를 먹으러 가지 않은 직원은 대체 누굽니까 그럼.
-이주현 기잔데요. 그렇다면 그녀가 범인이군! 두말할 필요도 없어요!
이주현 기자는 해산물을 못 먹는대요. 부산 출신인데 해산물을 먹지 못하는 비련의 여인으로서, 당분간 부산영화제 취재는 삼가도록 조치했습니다만…. 해산물을 못 먹는 기자를 홀로 사무실에 남겨놓음으로써 사건을 더욱 미궁으로 빠뜨리는 범인의 지능이 놀랄 노자군. 놀라워. 정말 놀라운 놈이 아닐 수 없어요.
아놔 진짜 답답하네. 지금 이 인터뷰를 읽고 계시는 독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원래는 소년탐정 김전일을 부를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전일이 등장하는 순간 여럿 죽어나간다는 몇몇 기자들의 불평 때문에 김전일은 이 자리에 모시지 못했고요, 대신 부른 게 이 꼬맹이 명탐정 코난인데…. 네? 전 명탐정 아닌데요.
뭐? 명탐정 코난이 아니라고? 그럼 누구…. 전 미래소년 코난인데요.
그럼 대체 여긴 왜 온 거니. 푸른 바다 저 멀리 새 희망이 넘실거리고 하늘 높이 하늘 높이 뭉게구름 피어나는 세상에서 살기 위해 과거로 왔어요.
여기 다시 태어난 분노가 눈을 뜨고 새벽을 여는구나. 헤엄쳐서 도망가봐라 거친 파도 헤치고, 달려서 도망쳐봐라 땅을 힘껏 박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