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직이란 만드는 거다. 롯데시네마 홍대입구관 강은진(28) 매니저의 경우도 그렇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던 그는 대학 졸업 때는 대학교 교직원이 되기 위한 시험을 준비했다. 강 매니저는 “함께 스터디하는 친구가 일러주기 전엔 이런 직업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극장 슈퍼바이저로 입사한 지 2년도 안돼 남들보다 빨리 매니저가 된 그는 잠시 본사에서 해외 업무를 맡기도 했으나 극장이야말로 자신의 체질에 맞는다고 말한다. “티켓 부스에 서면 웃음이 저절로 나와요.” 대구 동성로관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복사하는 법조차 몰랐다”지만, 그는 이제 “젊은 관객 얼굴 보는 일이 가장 즐거운” 극장지기가 다 됐다.
-매니저의 역할은. =극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전반적인 관리 업무다. 광고물 등이 잘 배치돼 있는지, 화장실 청소는 잘돼 있는지, 작은 부분까지 관객의 눈으로 점검한다. 영화관이 잘 돌아가도록 끊임없이 체크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는 최대한 빨리 수습해야 한다. 아침에 출근하면 맨 먼저 상영관을 돌아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주 가끔 극장 오픈도 안 했는데 상영관에 들어와서 주무시는 손님이 있다. 그런 분들을 조심히 깨워서 바깥으로 친절하게 안내해드리는 것도 매니저의 일이다. (웃음)
-매니저별로 고유 업무가 있을 텐데. =대부분 업무 분장이 이뤄져 있다. 내 일은 상영시간표를 짜는 것과 마케팅이다. 상영시간표 짜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꼼꼼하게 신경을 쓰지 않거나 익숙하지 않으면 실수를 한다. 일례로 상영 소스가 필름인지 디지털인지 파악하지 않고 작성할 경우, 예매 고객에게 사과 전화까지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발생한다.
-극장은 1년 365일 쉬지 않는다. 따라서 직원의 근무 또한 교대 형태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출근 시간이 매번 달라서 한동안 애먹었다. 홍대입구관의 경우는 출근 시간이 오전, 오후, 저녁 이렇게 셋으로 나뉜다. 한주 동안에도 출근 시간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알람을 일일이 맞춰놔야 한다.
-서비스업의 가장 큰 고충은 까다로운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월드컵 중계 때 일이다. 다른 극장과 달리 주류 반입이 안되는데 다들 챙겨오셨다. 하프 타임 때 자제를 부탁드렸더니 안내를 제대로 못 받았다고 역정을 내셨다. 공지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관객 입장에선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가방 검사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객도 계셨다. 결국 다들 드시게 했다. 손님이 왕 아닌가.
-매니저들은 한 극장에 대략 몇명씩 있나. 슈퍼바이저와의 차이는 뭔가. =영화관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다. 서울과 지방의 차이도 있고. 슈퍼바이저까지 합쳐서 4명인 곳도 있고, 7명인 곳도 있다. 대개 슈퍼바이저로 입사해서 일정 경력을 쌓으면 매니저가 된다. 업무의 차이는 없다고 봐야 한다.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관객이 엄청 몰렸다. 1104석 규모의 작은 극장이라 5천명만 넘어도 영화관이 터질 것 같다. 그런데 6천명이 넘었다. 6회차까지 상영한다고 해도 다 매진이었다. 불만을 해결해주면 과자나 음료수를 주시는 관객도 있다. 상영시간표를 짜다보면 필름 테스트를 위해 새벽에 혼자서 영화를 보는데 그것 또한 즐겁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는 <방자전> <섹스 앤 더 시티2> <포화속으로>가 재밌었다.
-극장 매니저에 어울리는 성격이 따로 있나. =하나만 잘하는 사람은 별로다. 사무도 봐야 하고, 현장에서 고객에게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심지어 공조기 등 시설 장비도 조금은 만질 줄 알아야 한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여성은 특히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다. 최근엔 슈퍼바이저 모집 공고가 줄었는데, 아르바이트(롯데시네마의 경우 슈퍼드리미)로 극장 일을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관장이 꿈인가. 여성 관장이 롯데시네마에 있나. =이전에 신림관에 계셨고. 지금 누리꿈관에 한분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관장이 되려면 먼저 4급을 달아야 하고, 그 다음에 3급을 달아야 하니 아직 멀었다. 다만 유통이나 서비스업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특히 여성에게 극장은 좋은 경험을 제공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