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영국 출신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재능있는 연출자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감독이다.
문제작 '메멘토'(2001)로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인썸니아'(2002), '베트맨 비긴즈'(2005), '다크 나이트'(2008)를 만들며 주목을 끌어왔다.
오는 21일 국내 개봉하는 '인셉션'은 타인의 생각을 훔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에서 출발하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상영시간은 147분. 꿈을 꾸는 동안 경계가 허술해진 타인의 무의식에 침입해 생각을 훔치는 추출, 무의식의 밑바닥을 의미하는 림보를 비롯해 킥, 토템 등 어려운 용어에 대한 배경 설명이 등장하는 초반은 다소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되는 중ㆍ후반부터 몰아치는 영화의 기세는 한마디로 압도적이다.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 생각을 훔칠 수 있는 가까운 미래.
이 분야 최고 실력자 코브(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사이토(와타나베 켄)로부터 거대 기업 후계자 피셔(킬리언 머피)의 머릿속에 새로운 생각을 심어 기업 합병을 막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사이토가 내건 엄청난 조건에 구미가 당긴 코브는 당대 최고의 실력자들을 규합해 작전에 돌입한다. 작전명은 '인셉션'.
그러나 피셔는 미리 꿈속에 경호원을 배치해두고 코브 일당은 예상치 않은 위험에 직면한다.
영화는 무의식 속에 깊숙이 감춰진 개인의 상처와 은밀한 욕망을 보여준다. 놀런 감독은 이 과정에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장자' 같은 고전 내용을 삽입하고 '매트릭스'부터 '시민 케인'까지 다양한 영화들을 불러온다.
놀런 감독의 훌륭한 점은 마치 장자의 '호접몽'(胡蝶夢)과 같은 다분히 철학적인 내용을 설명하면서도 그것을 영화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그는 대사의 호흡과 출연진들의 연기, 음악과 영상의 매치, 화면과 화면 사이의 리듬감을 매우 정교하게 구축하면서 큰 한방을 곁들인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 같다.
디캐프리오부터 앨런 페이지, 마리온 코틸라르 등 출연진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으며 무중력 상태에서 두 인물이 대결하는 장면, 건물이 마치 접시 깨지듯 파괴되는 장면은 명장면의 대열에 끼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인셉션'이 가상현실과 현실 사이의 문제를 다룬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1999)처럼 파괴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영화 초반이 다소 지루하고 '매트릭스'의 이야기와 유사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이트 심리학이나 장자 같은 내용을 곁들이고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찍은 듯이 보이는 놀런 감독의 '인셉션'이 작품적으로 뛰어난 블록버스터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7월21일 개봉. 12세이상 관람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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