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코러스라인>
8월22일까지 코엑스아티움 남경읍, 임철형, 이주노, 이현정, 한다연, 신선호, 수현, 윤길 등 02-722-8884
타이틀만으로도 자극되는 뮤지컬 <코러스라인>이 한국에 상륙했다. 1975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그해 토니상 9개 부문을 휩쓴 명작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국내에 소개됐지만 정식 라이선스 공연은 이번이 처음. 게다가 초연 당시 코니 역으로 무대에 섰던 바욕 리가 한국 공연의 연출을 맡았다.
뮤지컬 <코러스라인>은 꿈을 찾아 춤을 추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로 내용은 단순하다. 8명의 댄서를 뽑는 최종 오디션에 참가한 댄서 17명의 아픔과 상처를 담고 있다. 오디션 결과보다 열정과 패기, 그리고 삶 자체가 더욱 중요하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는다. 작품은 한국 배우가 출연한다는 점만 빼고 대본, 음악, 무대효과 등 브로드웨이 공연을 그대로 옮겨왔다. 그래서인가, 작품의 시계는 1975년 브로드웨이에 멈춰선 듯하다. 당시에는 신선했을 미니멀한 무대, 드라마 구조를 탈피한 나열식 구성은 지나온 세월을 넘지 못했다. 극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댄서들의 개인사를 풀어내는 과정은 평면적이고 길었다. 캐릭터마다 자신의 과거를 토로하며 진솔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늘어진 감이 있었다. 긴장감이 느슨해지면서 관객도 몰입의 끈을 서서히 놓아버렸다. 더욱이 곳곳에 배치된 미국식 농담은 문화적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노래도 부르고, 함께 춤을 추기도 했지만 ‘딴 나라’ 이야기 같았다. 라이선스 작품들이 흔히 하는 실수인, 해석에 그치고 만 것이다.
음악의 힘은 크다. “이 일이 필요해, 정말 난 필요해. 이 일을 할 거야”라고 말하는 오프닝 넘버 < I Hope I Get It >에서는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쉴라, 비비, 매기가 함께 부르는 < At the Ballet >도 인상적이고, 피날레를 장식하는 < One >은 단연 최고. 이 넘버에 맞춰 금빛 네온사인 아래 금장 옷을 입고 추는 군무로 막은 내린다.
큰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지만 의미는 남는다. 수십년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던 명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임은 분명하다. 국내 관객과의 ‘소통’의 날을 앞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