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오래전부터 전쟁 영화를 하고 싶은 갈망이 있었습니다. 전쟁 영화가 가장 드라마틱하잖아요. 생사의 갈림길에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죠."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들의 실화를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 '포화 속으로'의 이재한 감독을 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감독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인물의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면서 "한국전쟁은 말로 담을 수 없이 비참한 동족상잔의 비극이다. 이념보다 인간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학도병을 이끄는 중대장 오장범 역을 맡은 주인공 빅뱅 탑(본명 최승현)의 연기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배우로서 최승현이 연기에 몰두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간혹 아이돌 스타가 연기할 때 아이돌의 잔재가 많이 있는데 관객들도 오장범을 완전히 느끼면서 캐릭터에 몰입했다"면서 "기본적으로 연기에 대한 재능이 많다"고 평가했다.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비평도 많았지만, 영상미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영상을 많이 신경 쓰는 편"이라면서 "영화는 영상으로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빛과 공간, 시간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포화 속으로'는 총제작비 113억원이 들어간 대작으로 탑, 권상우, 차승원, 김승우 등 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았다. 9일까지 관객 270만명이 들어 3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기대보다는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감독은 흥행 여부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영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있지 않았나 싶다"면서 아쉬워했다. 전쟁은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만들었지만 이런 의도가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영화는 전쟁을 겪은 세대에게 헌사하는 의미가 있다"면서 "젊은 사람들도 많이 봤으면 하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많이 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예진, 정우성 주연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이후로 작품 활동이 뜸했던 이 감독은 올해 '포화 속으로'에 앞서 나카야마 미호 등 일본 배우들을 기용한 '사요나라 이츠카'라는 한일 합작 영화로 관객을 만났다. '사요나라 이츠카'는 일본에서 30억엔의 입장 수입을 올리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다국적 스태프가 만든 영화라 좋은 경험이었다. 한국과 일본, 태국의 스태프와 일본 배우가 섞여서 작업했다"면서 "국제적으로 영화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지만, 영화라는 언어가 있어서 똘똘 뭉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다음 작품은 할리우드에서 만들 계획이다. 그는 미국 시장을 개척해 한국 영화의 힘을 넓히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차기작은 우위썬(오우삼ㆍ吳宇森) 감독의 홍콩 느와르 영화 '첩혈쌍웅'을 리메이크하는 '더 킬러(The Killer)'. 원래 계획보다 몇 년 늦어지긴 했지만, 내년 초에는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지에서 미국 배우들을 기용해서 찍을 겁니다. 한류 스타가 출연할 가능성이 크죠. 아름답고 잔인하면서도 슬픈 이야기가 될 겁니다."
kimyg@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