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전설의 고향'의 구미호는 잊어라.
남자를 유혹해 간을 내먹는 '전통적인 구미호'가 올해는 변신한다. 요괴의 모습보다는 '인간적인' 면을 부각한 구미호가 찾아온다. 그것도 두 마리나.
5일 시작하는 KBS 2TV '구미호-여우누이뎐'과 다음 달 시작하는 SBS TV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여름이면 방송가에 출몰하는 구미호를 소재로 했지만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새 옷을 입혀 시청자를 유혹한다.
섹시함을 상징하는 구미호 역에는 올해 한은정과 신민아가 캐스팅됐다.
◇구미호의 절절한 모성애 = 한은정 주연의 '구미호-여우누이뎐'은 지난해 KBS 드라마극본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으로, 구미호가 인간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KBS는 지난 2년 연속 납량특집으로 '전설의 고향' 시리즈를 선보였지만 올해는 이 작품을 여름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인간과의 결혼 후 사람이 되려고 10년을 기다렸던 구미호는 그러나 10년이 되기 하루 전날 밤 남편의 배신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구미호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어린 딸과 함께 숲으로 떠나지만 그들의 앞에는 호랑이의 습격 등 온갖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구미호는 10살이 돼야 완전한 구미호가 되는 딸의 안전을 위해 다시 인간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되는데, 그 집안과 악연으로 얽히게 되면서 위기에 봉착한다.
인간의 목숨을 노리는 요괴 구미호가 이 드라마에서는 정반대로 끊임없이 인간으로부터 죽음의 위협을 받으며 궁지에 몰리게 된다. 특히 구미호가 인간의 간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딸을 지켜야하는 구미호는 한마리 연약한 짐승이 되고 만다. 드라마는 이런 구미호의 절절한 모성애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으로 둔갑한 구미호를 첩으로 들인 양반 역의 장현성은 "구미호라면 만화같은 이야기로만 알고 있지만 우리 드라마의 대본이 아주 탄탄하다. 정치적인 이야기도 있고, 사랑과 질투 등 대단히 많은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들어있다"고 소개했다.
제작진은 "구미호 모녀의 너무나 인간적인 모정과 짐승보다 못한 인간들의 삶과 생활, 그 속에서 방황하는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감동의 드라마"라고 밝혔다.
◇깜찍 발랄한 구미호 = 신민아, 이승기 주연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5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구미호가 우연히 봉인에서 풀려나면서 부잣집 손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미남이시네요'와 '환상의 커플' '쾌걸춘향' '쾌도홍길동' 등 집필하는 작품마다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홍정은-홍미란 작가가 쓰는 기대작이다. 전작들에서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과시하며 자신들의 영역을 확실하게 개척해온 이들이 이번에는 구미호를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삼은 것이다.
이들의 발칙한 아이디어는 구미호를 깜찍 발랄한 현대여성으로 '둔갑' 시켰고 기존 구미호의 무서운 분위기는 싹 걷어냈다. 작품 속 구미호와 인간 남성의 '간 떨리는' 핑크빛 동거동락이 펼쳐지고 이 과정에서 '귀여운 구미호의 판타지'를 보여준다.
김영섭 SBS 드라마 CP는 "영화 '전우치'가 전우치가 500년 된 봉인에서 풀려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경쾌하게 그렸듯, 이 작품도 구미호를 현대로 불러와 밝게 풀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오래 묵은 구미호를 결합시켜 새로운 에피소드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으로 "섹시한 여성이 고기에 집착하는 등의 모습을 통해 구미호를 귀엽게 풀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납량특집이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다보니 작품의 무게 중심도 여주인공인 구미호에서 남녀 주인공으로 똑같이 나뉜다. 지난해 SBS TV '찬란한 유산'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이승기가 남자 주인공을 맡아 신민아와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이들 외에 변희봉, 성동일, 티아라 효민 등이 감초 연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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