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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신세대 팔팔통신] 서른 즈음이 되니…
2010-07-05

배우 이민웅

지난해 단편영화 <케세라세라>에 출연해 제3회 신상옥청년영화제에서 최우수남자연기상을 수상했다.

6개월이 지나면 이제 서른이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란 노래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는데 이제 그 쯤이 됐다. 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의 즐거움과 생활고는 비례한다라는 사실을 요새 실감하며 돌이킬 수 없다는 상황에 씁쓸해한다. 어딜 가면 사람들은 묻는다. ‘뭐하세요?’ ‘배우예요…’ 하고 말끝을 흐린다. 그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 눈치없는 사람은 다시 물어본다. ‘어디 나왔어요?’ 그럼 속으로 ‘아… 그냥 백수라 할걸…’ 하는 생각과 동시에 웃으며 대충 둘러대고 화제 전환을 시도한다. 일일이 어느 영화에 어떤 역할로 나왔고 독립영화는 몇편 했고 구구절절…. 구차하기 그지없다. 그닥 경청하지도 않는다. 차라리 백수라 했을 때 반응이 더 좋다. ‘그래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백수가 최고죠.’

부모님은 해탈의 경지에 오르셨다. 이젠 주위 분들에게 내 대변인 역할까지 하고 계시니 말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오기라도 생겨야 하는데 흐뭇할 따름이다. 쓸데없는 여유까지 생긴 걸 보면 연기 10년이란 시간을 그냥 보낸 거 같진 않다. 그래도 10년인데 인간적으로든 연기적으로든 발전이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마저 없다면 아마 난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을 거다. 칭찬과 욕을 주워먹으며 나름 버티기에 선방하며 배우 생활을 하고 있다. 죽어라 달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위의 볼 거 다 보며 슬슬 걸은 것도 아니다.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죽어라 달린 뒤의 허무함과 슬슬 걷고 난 다음의 후회감이 두려워서 그런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서른 즈음에 이거 하나는 자신있게 보란 듯이 할수 있다. 다음에 누군가 나에게 ‘어디 나왔어요?’라고 묻는다면 내 앞에 앉혀놓고 지겨워 지쳐 쓰러질 때까지 재연까지 해가며 친절히 설명해줄 것이다. 훗~.

글·사진 이민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