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9단 시즌2: 형사의 창>(이하 <수사9단>)이 그리는 세계에서는 인간다움이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돈에 눈이 먼 경찰 때문에 죄없는 사람들이 봉변을 당하질 않나(‘김철수 찾기’), 어느 시골 마을 사람들은 자원봉사 온 학생에게 감사는커녕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행복한 마을’). 또, 여고생은 교통사고로 죽어가고 있는 가족을 앞에 두고 ‘재미있겠다’며 휴대폰을 꺼내 촬영한다(‘그녀가 바라는 것’). 이처럼 사람들은 탐욕에 가득 차 있고, 서로를 불신한다. 단 주인공인 경찰 4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홍달기 반장, 정보통, 강호진, 조양이 그들이다. 이들은 매번 섬뜩한 사건을 마주한다. 때로는 시원하게 해결하기도, 때로는 손쓸 수 없는 상황에 빠져 발버둥치기도 한다. 그러면서 지옥과도 같은 그 세계에 ‘인정’을 불어넣는다. 그것이 <수사9단>을 네이버 웹툰에서 4년 동안 굳건하게 이끈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영화화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수사9단>의 형식이 옴니버스이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지 않고 짧게는 3~4주, 길게는 두달마다 새로운 에피소드로 바뀐다. “오히려 TV드라마에 적합하다”는 김선권 작가의 말이 십분 이해된다. 그러나 한국의 <수사반장>이나 일본의 <시효경찰>처럼 매번 동일한 형식에 사건의 종류와 범죄자의 사연만 바뀌기에는 아까운 구석이 있다. 바로 “경찰의 역할에 대한 주인공 정보통의 끊임없는 자기 질문”이다. 아버지 같은 존재인 홍달기 반장이 범죄조직으로부터 린치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자 정보통은 갈등한다. “용의자를 죽일 것인가, 아니면 경찰로서의 본분을 다할 것인가. 그리고 경찰의 본분은 어디에서 어디까지인가.” 그런 갈등을 오가던 중 정보통은 경찰로서 해서는 안되는 실수를 하고, 또 자신의 행동에 후회한다. 김선권 작가는 “영화화한다면 이런 인물의 심리와 도시괴담의 분위기를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웹툰에서 대사로만 처리되어 있는 사건과 인물의 심리를 모두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꿀 것, 둘째는 홍달기 반장과 후배 김사랑에 대한 정보통의 복수가 이야기의 큰 줄기”라고 했다. 웹툰의 한계를 인정하고 영화 매체에 맞는 언어를 찾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혹시 아나. 이렇게만 된다면 “도시괴담에 가까운 웹툰”이 “범죄에 휘말린 경찰이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면서 범죄조직을 소탕해가는, 명민한 경찰영화”로 탈바꿈할지.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한다면 희망 감독과 배우 캐스팅은. =나홍진 감독. 홍달기-이문식, 정보통-류승범, 강호진-이천희, 조양-서우
-좋아하는 웹툰이나 만화, 만화가를 꼽는다면.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들, 그리고 조석의 <마음의 소리>.
-내 인생의 영화 한편을 고르라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