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달인의 옆에 수제자와 진행자가 없다면?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 꼴통28호는 없고 알통28호만 있다면? '파라킹 홈쇼핑'에서 유민상 대표가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당하지 않는다면?
매회 20%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KBS '개그콘서트'에는 은근히 웃기는 조연(?)들이 있다.
달인이 억지 묘기를 자랑할 때에는 그 옆에서 트레이닝복 차림에 깐죽대는 수제자가 있고 꼴통28호는 매회 한 글자의 대사만으로 알통28호 그리고 슈바이변 박사와 앙상블을 이룬다. '파라킹 홈쇼핑'의 경우 모든 출연자는 멍 '때리고' 있는 유민상 대표를 골탕먹이려고 존재하는 느낌이다.
이들의 대사는 메인 캐릭터에 비해 적은 편이고 다른 캐릭터에게 항상 당하지만 치고받는 게 생명인 공개 코미디에서 빠져서는 안 될 개그 판의 한 축이다.
◇ '수제자' 노우진ㆍ'진행자' 류담 = 밤 빠바밤 빰빠 빠라바라밤~. '달인' 코너를 알리는 소개 음악이 나오면 달인 김병만의 원맨쇼가 펼쳐지지만 '달인'의 재미는 이 원맨쇼에만 있지 않다.
후줄근한 파랑 트레이닝복에 코 아래 점에서는 길게 수염이 솟아나 있는 수제자(노우진)는 줄곧 달인의 주위를 맴돌며 깐죽인다. 달인에게서 타박만 받고 카메라의 원샷은 좀처럼 그의 몫이 되지 못하지만, 카메라가 비추든 말든 부지런히 까불어댄다. "까부는 학원 다녔니?"라는 말을 듣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코너의 막바지에 달인이 쫓겨나면 드디어 수제자에게도 카메라의 원샷을 받을 기회가 돌아온다. 물론 달인의 특기에서 파생된 '주워먹기' 개그이지만 '달인' 코너에서는 화룡점정 같은 역할을 한다.
노우진의 수제자 캐릭터는 다른 코너인 '봉숭아학당'에도 등장한다. 다양한 개인기의 경연장인 이 코너에서 수제자인 노우진은 최근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싶어 무리수를 던지는 개그를 자신의 '짝퉁' 캐릭터인 정명훈과 함께 펼치고 있다.
'달인'에서 없으면 허전할 또 다른 한 명은 진행자 류담이다. 손에 진행자용 대본 뭉치를 들고 자기보다 한참은 작아 보이는 사기꾼 달인과 수제자에게 '돼지'라고 놀림당하면서도 코너를 이끌어가는 게 그의 역할이다.
주요 대사는 "오늘은 16년간 OO만 해오신 달인 XX 김병만 선생~"으로 시작하는 소개 멘트와 "힘들어하시는 것 같은데요" "또 어떤 게 가능하십니까", 그리고 코너의 마지막 대사 "나가"로 매회 다를 게 없지만 달인의 재주를 보고 어이없어하는 표정이 깐죽이는 달인과 수제자의 모습과 좋은 앙상블을 이룬다.
◇ '돼지' 캐릭터의 진화..당하는 뚱보 유민상 = 개그가 공격하는 캐릭터와 당하는 캐릭터로 구성된다면 '파라킹 홈쇼핑'의 유민상은 이중 단연 후자에 속하는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머리를 바짝 세운 홈쇼핑 진행자 파라킹(김재욱)의 제멋대로 진행에 그가 대응하는 것은 대사가 아닌 표정이다. 소심한 캐릭터인 까닭에 쉽게 화를 내지도 못하고 토라져 있다가도 파라킹이 상품 소개를 할 기회를 주면 반가워하며 덤볐다가 다시 대사를 빼앗기고 당하기를 반복한다.
유민상 괴롭히기는 파라킹만의 몫이 아니다. 상품 홍보 CF를 하는 2인조(정태호ㆍ조윤호)나 경험담을 들고 나오는 성현주도 제품의 엉뚱한 장점을 들고 나와 유민상을 당황하게 한다.
'유민상 청소기'를 홍보하던 지난 20일 방송에서 CF 2인조는 청소기가 고기 구워먹을 때 연기 흡입에 좋다는 점을 홍보했고 성현주는 청소하다가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남자친구가 발견했다며 눈물을 흘려 유민상의 얼굴을 울상으로 만들었다.
2005년 '폭소클럽'의 '마른 인간 연구 X-파일'에서 과거의 마른 인간에 대해 연구하는 뚱보로 등장하고 2007년 '폭소클럽2'의 '솔로 브레이크'에서 석호피그로 나와 커플들에게 저주를 내리던 그는 새로운 '돼지' 캐릭터를 열망하던 개그 팬들에게 환호를 받아왔다.
돼지 캐릭터답지 않게 영리한 '새로운 돼지' 캐릭터를 들고 나왔던 그는 이후에는 주로 당하는 역할을 맡아 공격하는 캐릭터와 조화를 이루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다.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코너에서는 고발당하는 업주로 등장, 조리 있는 말투의 황현희와 뻔뻔하게 엉뚱한 안영미에게 '험한' 꼴을 당하기도 했다.
◇ '꼴통28호' 정명훈..'모태솔로' 오나미 = 최근 '개그 콘서트'의 가장 '핫'(hot)한 코너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원래 슈바이변(변기수)과 알통28호(이승윤)만 등장하는 코너로 기획됐다.
이 코너는 녹화 중간 중간 관객들 앞에 바람잡이로 나간 변기수가 FD를 보고 '어~ 그러는 거 아니야'라고 말해 웃음을 주던 것에서 시작됐다. 애초 박사와 말귀를 못 알아듣는 로봇 콘셉트에서 시작했지만 알통28호 하나만 등장하기에는 허전한 느낌이었고 여기에 '짧은 대사'가 '장기'이던 정명훈이 합류하게 됐다.
대사라고 해봤자 '예' 하나뿐이며 여기에 간혹 '오' 같은 한 글자가 더 붙기는 하지만 그의 개그를 보고 관객들이 웃는 웃음의 길이는 꽤나 긴 편이다. 다양한 억양을 가진 '예'라는 대사와 표정 연기로 코너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이다.
'개그콘서트'의 문을 여는 '솔로천국 커플지옥'에서 '여태껏 남자와 단 한 차례도 말을 섞어 본 적이 없으시다는 모태 솔로' 오나미 성녀님으로 출연하는 오나미 역시 이 코너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이야기를 이끄는 박지선이 객석을 향해 커플들에 대해 저주를 퍼붓고, '어둠의 커플계에서 방황하다가 다시 솔로로 돌아온' 돌 솔 박휘순의 경험담이 펼쳐지면 어둠 속에 숨어 있던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등장한다.
주위를 비추는 눈부신 전등불을 배경으로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짓는 오나미는 지난 주말 뭐하고 보냈는지 들려주며 솔로로서 '지존'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외에 '남성인권보장위원회'의 최효종과 '조아족'의 안일권 역시 작지만 큰 역할로 코너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담당한다.
'봉숭아학당' 코너에서는 행복 전도사로 인기인 최효종은 '남성인권보장위원회'에서 황현희, 박성호 옆에서 북을 들고 나와 분위기를 띄우며 '여성 중심 사회'를 성토한다.
'조아족'에서 매회 다양한 동물로 등장하는 안일권 역시 대사는 없지만 조아족의 세계에서는 엄연한 구성원 중 한 명으로, 빠지면 허전할 법하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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