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영화 관객들은 진작 알았다. 그가 얼마나 천연덕스럽게 사람을 웃기는 배우인지를.
하지만, 시청자는 몰랐다. TV 드라마에서는 늘 진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작 드라마에서는 우리의 위대한 왕 '대왕세종'이었던 그다.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과 '극장전' '하하하'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드라마 '경찰특공대'나 '변호사들'을 통해 구축한 반듯하고 진지한 이미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런 그가 마침내 드라마에서도 변화를 추구했다. KBS 2TV 드라마 '국가가 부른다'에서 '진상을 떤다'며 구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너무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어 소통 부재로 웃음을 유발하는 그를 보며 시청자는 '변신했다'고 느낀다.
"'대왕세종'을 연기하면서는 내내 무게를 잡아야 해서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가볍게 연기하는 맛이 있어 즐거워요. 저 실제로는 진지하지 않아요."
김상경(38)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코믹 수사극 '국가가 부른다'는 돈에 눈이 먼 생계형 비리 여순경 오하나(이수경 분)와 원리원칙대로 움직이는 융통성 제로의 고지식한 정보국 요원 고진혁이 마약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온갖 소동을 그린다.
경쟁작인 '동이'에 밀려 시청률은 한자릿수대로 저조하지만 이 드라마의 '코믹성'과 '참신함'은 방송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통통 튀는 캐릭터와 오해에서 빚어지는 엉뚱한 상황들, 그리고 과연 어떻게 해결될지 예측하기 힘든 마약수사 전개과정이 흡인력을 발휘한다.
"이 작품의 매력은 수사와 멜로 두 라인이 절묘하게 섞이는 데 있는 것 같아요. 그것도 아주 코믹하게 말이죠. 기본적으로 허를 찌르잖아요. 슬퍼야 하는 순간에 웃음을 주는 식으로 예상에서 벗어난 전개를 하니까 재미있어요. 다만, 여느 미니시리즈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후반 들어서는 대본이 안 나와 시간에 쫓겨서 제작을 하다 보니 초반의 매력을 잘 유지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죠. 다시 한 번 사전제작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고진혁은 유능한 엘리트 요원이지만 마약 수사를 하면서 신분을 위장하느라 졸지에 '고진상'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고 실제보다 한참 어린 사람 행세를 하면서 툭하면 '늙어보인다' '진상을 떤다'는 등 이런저런 구박을 받는다.
"유머러스한 작품을 하니까 확실히 다른 맛이 있어 좋아요. 예전부터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또 이 작품에서 제가 완전히 망가지는 것도 아니고요. 상황이 웃긴 거죠. 덕분에 촬영장이 아주 유쾌해요. 이제 2부 남았는데 너무 빨리 지나간 느낌이고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예요.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촬영장 분위기만 보면 시청률은 50% 정도 나오는 것 같아요.(웃음)"
사실 그는 실제로도 고지식하고 진지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면서도 소탈한 성격은 '연예인스럽지 않다'는 평을 받는다.
이에 대해 그는 "일에 관련된 것은 완벽을 기하려는 면이 있긴 하다. 그래서 상대배우가 피곤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외의 면에서는 오히려 융통성이 많은 편이다. 농담하는 것도 좋아하고…"라며 웃었다.
"그래서 그간 작품 선택을 할 때 캐릭터의 편차가 크도록 골랐어요. 무척 무게가 있는 작품을 하고 나면 그다음에는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식이었죠. 모든 캐릭터에 실제 내 모습이 녹아있습니다. 내게 있는 몇가지 것들이 버무러져 조금씩 나오는 거죠. 진지한 것도, 웃긴 것도 다 실제의 나와 비슷합니다."
문득 홍상수 감독은 자신의 작품이 아닌 다른 작품에서 풀어진 연기를 하는 김상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홍 감독님이 '국가가 부른다'를 제대로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의 예고편을 보시고 나서는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홍 감독님과는 2000년에 처음 만나 10년이 흘렀는데 이젠 서로 늙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있어하고 좋아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그는 "시청률에 신경 쓰면서는 드라마 못한다"면서 "유쾌한 작업이었던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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