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장르 영화의 축제인 부천국제영화제 올해 제14회 대회가 다음 달 15일부터 25일까지 경기 부천시 일대에서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42개국에서 출품된 193편(장편 113편.단편 80편)이 상영된다. 열흘이라는 기간에 모두 챙겨보기는 쉽지 않다.
영화제 박진형 프로그래머의 도움을 받아 추천작을 꼽아봤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09) = 은행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해원은 휴가를 받아 어렸을 적 한때를 보낸 무도로 향한다. 소싯적 친구였던 복남이 해원을 환대하지만 섬에 사는 다른 주민들은 그녀의 방문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잠도 자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서울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던 어느 날 해원은 복남이 남편에게 매 맞는 장면을 목격하고 잊고 싶었던 쓰라린 기억이 떠올라 괴로워한다.
영화는 불편하고 잔혹하다. 복남은 남편에게 학대받고 오로지 육욕에만 집착하는 짐승 같은 시동생에게 수시로 강간당한다. 그리고 복남의 복수가 시작되는 중후반부터 스크린은 뜯겨나가는 살점으로 채워지고 흐르는 피로 물든다.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화제를 모은 영화다.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으로 일한 장철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괴물들(2009) =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포착한 나사(NASA)가 우주로 탐사선을 보낸다. 지구로 돌아오던 탐사선은 멕시코에 불시착하고 멕시코에는 10m가 넘는 괴물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6년 후, 냉소적인 사진작가 앤드루가 편집장의 딸을 찾고자 오염구역이라고 이름 붙은 문제의 장소로 들어간다.
미국의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저예산 영화지만 컴퓨터 그래픽(CG)이 볼만하고 이야기 전개가 탄탄하다는 평이다. 일반 상업영화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저예산 영화라는 점이 강점이라고 박진형 프로그래머는 설명한다.
◇하우스 오브 데블(2009) = 급전이 필요한 사만다. 친구의 경고를 무시하고 울만 가족의 저택에서 보모 일을 시작한다. 경고를 비웃고 저택에 들어간 사만다는 야릇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달이 완전히 어둠 속으로 잠긴 한밤중, 저택에서는 악이 탄생하고 사만다는 위기에 처한다.
80년대 공포 영화의 대표주자였던 피가 튀기는 슬래셔 필름과 귀신이 나오는 엑소시즘 영화를 완벽하게 재현한 무서운 신예 타이 웨스트 감독의 데뷔작이다.
박진형 프로그래머는 "80년대를 이처럼 생생하게 복원한 영화는 극히 드물다"며 "영화를 풀어가는 리듬감, 의상, 배우의 연기 등을 볼 때 당시 영화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사랑의 타이머'(2009) = 사랑하는 사람과 첫 만남까지 몇 시간이 남았는지 알려주는 기계 '사랑의 타이머'.
하지만 우나의 '사랑 타이머'는 작동하지 않는다. 외로움에 치를 떨던 어느 날 우나는 마침내 마이키를 만나고 타이머는 작동하기 시작한다.
공상과학과 피가 낭자한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부천에 이처럼 사랑스러운 영화도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로맨틱코미디다. 설정은 SF지만 형식은 로맨틱코미디다.
박진형 프로그래머는 "대사에 생동감이 넘치는 로맨틱코미디 영화"라며 "운명의 상대가 다가오면 타이머가 작동한다는 설정이 재밌다"고 말했다.
◇콜렉터(2009) = 의뢰를 받아 보석중개인의 집수리를 하는 아킨. 빚을 갚고자 밤중에 몰래 의뢰인의 저택에 숨어 들어간다. 그러나 저택은 살인마에 의해 온갖 함정이 얽힌 감옥으로 변한 지 오래다. 아킨은 과연 살인마의 인간 채집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쏘우 시리즈의 4-7편 시나리오를 쓴 마커스 던스텐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장르영화 특유의 쾌감과 탄탄한 극적 리듬감을 모두 만끽할 수 있다. 올해 초청된 호러 영화 중 상당 수위의 신체 훼손을 보여준다.
박 프로그래머는 "슬래셔 영화로 잔혹하지만 만듦새가 뛰어나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호러의 리듬감을 잘 가져가는 영화"라고 말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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