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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예술이 된 낙서화를 만나다
장영엽 2010-06-24

<팝아트 슈퍼스타, 키스 해링전>

익살스러운 동작, 촌스러울 정도로 분명한 메시지, 금방이라도 움직일 듯한 선의 역동성. 키스 해링의 그림은 쉽고 다정하다. 주인을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지하철 벽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던 해링은 경찰에게 잡혀가는 모습마저 사진으로 남길 정도로 위트가 넘치는 예술가였다. 그림 그리는 과정을 ‘마법’이라 믿으며, 드로잉이야말로 인간과 세계를 포용하는 도구라 믿었던 이 낭만적인 예술가는 서른한살의 나이로 안타깝게 요절했다(사인은 에이즈였다). 그러나 해링의 전매특허인 둥근 머리 사람들이 티셔츠와 벽화, 자전거를 넘나들며 밝은 에너지를 선사할 때, 적어도 ‘포용’에 대한 키스 해링의 믿음은 옳은 것으로 판명된다.

<팝아트 슈퍼스타, 키스 해링전>은 해링의 사후 2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전시다. 실크스크린, 석판화, 에칭, 조각 작품 등 이번 전시에 이름을 올린 150여점의 리스트 중에는 해링을 그야말로 스타덤에 올려놓은 <아이콘> 시리즈와 <무제>도 포함되어 있다. 먼저 <아이콘>은 해링이 지하철 낙서화로 자주 그렸던, 기어다니는 사람의 실루엣을 담은 작품이다. 시인 르네 리카르드가 ‘빛나는 아기’라 불렀던 이 그림은 해링의 대표적인 로고로 사용되며 순수함과 젊음, 에너지를 상징한다. <무제> 역시 이제는 하나의 아이콘이 된 작품이다. 어깨동무를 한 두 사람 뒤로 하트가 두둥실 떠 있는 이 그림은 인간 사이의 유대와 우정을 염원한다. 너무 친숙한 작품이라 별 감흥이 없다는 독자에겐 <남아프리카에 자유를>과 같은 그림을 권한다. 미국의 전형적인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늘 소수자의 편이었던 해링은 무거운 사회문제를 특유의 발랄한 스케치로 부담스럽지 않게 풀어낼 줄 알았다. 존 레넌의 죽음에 영향을 받아 그리기 시작한 ‘배가 뚫린 사람의 이미지’ 또한 동시대의 공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한편 전시가 열리는 소마미술관의 ‘정원극장’에서는 미술관 벽면을 스크린 삼아 키스 해링의 영화 및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자세한 사항은 소마미술관 홈페이지(www.somamuseum.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9월5일까지/소마미술관 전관/02-410-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