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폭탄테러가 일상이 된 이라크 키르쿠크 지역. 아소(슈안 아투프)는 축구 꿈나무였지만 지뢰를 밟아 발목을 잃은 동생과 함께 산다. 이웃처녀 힐린을 마음에 두고 있지만 고백할 용기는 없다.
유일한 즐거움은 축구. 아소는 절친한 친구 사코(고바르 안와르)와 함께 이라크인, 쿠르드인, 터키인이 참가하는 평화축구대회를 열고 싶어한다. 하지만, 축구공 살 돈도 없는 이들이 조직하는 대회는 시작부터 삐걱댄다.
'킥오프'는 축구를 소재로 했지만 본격적인 스포츠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축구라는 소재를 통해 이라크인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쿠르드족이 당면한 현실을 바라보는 영화다.
영화는 어둡다. 자살을 시도하는 아소의 동생, 테러로 얼룩진 마을, 정부의 이주 정책 때문에 집을 잃은 사람들까지 아소가 맞닥뜨리는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암담함은 화면에 그대로 노출된다. 쿠르드족 출신의 사우카트 아민 코르키 감독은 영화를 컬러로 촬영했지만 편집과정에서 색을 모두 뺐다. 이 때문에 영화는 흑백영화 같으면서도 동시에 몽롱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난민처럼 축구 경기장에서 살아가는 쿠르드인들의 일상을 조명할 때는 다큐멘터리 같지만 축구 경기 중간에 말이 지나가는 장면 등은 초현실적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처럼 현실과 꿈을 오가며 쿠르드인의 절망과 희망을 바라본다.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단단하다. 특히 아소 역을 맡은 아투프는 사랑 앞에 머뭇거리고 동생을 따뜻하게 보듬는 형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사람 좋은 사코 역의 안와르도 제 역할을 했다.
'킥오프'(Kick off)란 축구 용어로 경기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과 뉴커런츠상을 받은 영화다.
7월8일 개봉. 등급미정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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