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문2>를 보며 사각의 링 위에 선 홍금보를 보니 애틋한 향수가 일었다. 그가 복싱 장갑을 끼고 링 위에 섰던(물론 실내체육관의 링은 아니다) 영화 중에는 이소룡의 <용쟁호투>(1973)가 있다. 당시 1960년대 초부터 단역과 스턴트, 무술지도로 이미 홍콩영화계의 거목으로 자리잡아가던 홍금보는 <용쟁호투>에서 이소룡과 대련하는 시꺼먼 얼굴의 단역이었다. 엽문이 이소룡의 스승이었음을 떠올려보면 거의 37년 만에 홍금보가 <엽문2>에서 무술감독은 물론, 엽문이 가장 존경한다는 무도가 ‘홍진남’으로 출연하는 장면이 감개무량하다. 37년 전 이소룡에게 무릎을 꿇었던 그가 세월이 흘러 이소룡이 존경하는 선배로 출연한 셈이니까. 게다가 차례로 원탁에 올라 엽문을 테스트하는 홍콩 선배 무도가들로 과거 장철 영화의 단골 주인공 중 하나였던 라망이 ‘라사부’로, 성룡 영화에 늘 인상적인 악당으로 등장했던 풍극안(<쿵푸 허슬>에서는 악기로 음공을 구사하는 킬러였다)이 ‘정사부’로 등장해 견자단과 합을 겨룬다. 말하자면 <엽문2>는 홍콩영화계의 고수들에게 바치는 견자단의 감사의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