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 무지갯빛 영화제가 열린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서울LGBT영화제는 퍼레이드와 더불어 퀴어문화축제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다(LGBT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를 뜻한다). 11회 LGBT영화제의 기획단으로 참여하는 박기호씨는 이 영화제의 전신인 한국퀴어영화제부터 참여해 오랫동안 행사 안팎을 지켜본 산증인이다. 때로는 영화제 안에서 스탭으로 참여했고, 때로는 밖에서 관객으로 바라보며 함께 호흡해왔기에 박기호씨에게 LGBT영화제는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전주영화제, 여성영화제보다 프로그램이 별로라는 말을 들으면 힘이 쫙 빠져요. 그러다가도 (1년 동안)기다려왔다는 관객의 말에 힘을 받고요.” 그러니까 이건, 가족의 마음이다.
살림이 넉넉지 않은 소규모 영화제인 만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애환이 많다고 박기호씨는 말한다. “일단 외국 작품들을 가져오는 게 힘들죠. 저희가 직접 출장나가서 프린트를 수급해오는 것도 아니고, 높은 가격을 줄 수도 없으니까요.” 높아진 한국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영화제 기간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참여하게 되는 이유는 “성소수자를 최우선으로 배려하는 유일한 영화제”의 소중함과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의 특별함 때문이다. 결국 이 두 가지 이유는 소통의 문제로 직결된다. “성소수자 관객만 있는 건 아니에요. 일반 관객 여러분도 극장에 오시면 성소수자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극장에서 꼭 관람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소통을 강조하는 박기호씨가 추천하는 영화는 <포르노그래피>다. “처음엔 제목이 야해서 끌렸는데(웃음), 보고 나서 놀란 작품이에요. 게이 포르노 배우가 주인공인데, 우리가 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보여주면서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예요.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