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감독은 어렸을 적부터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었어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감독을 해도 창피하지 않을 순간이 생긴다면 그때 한번쯤 도전해 볼만할 것 같아요."
할리우드와 국내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배우 이병헌의 말이다.
영화는 흔히 감독의 예술이라고 불린다. 배우의 연기부터 조명, 카메라 등 모든 것을 감독이 지휘 통제하기 때문이다.
크랭크인(촬영시작) 하는 순간부터 감독은 현장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갖는다. 가끔 예외도 있지만 스타라도 현장에서는 감독 말에 복종한다. 국내 최고의 여배우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칸의 여왕' 전도연조차 "감독님 말이 절대적"이라고 할 정도다.
배우라는 틀을 벗어나 감독을 꿈꾸는 배우들이 잇따르고 있다. 연기 경험을 살려 영화를 직접 만들어 보려는 것이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큰 인기를 끌었던 여배우 구혜선은 다음달 24일 개봉하는 '요술'로 첫 장편 영화에 도전했다.
'요술'은 절대음감을 지닌 까칠한 성격의 천재 첼리스트 정우와 그의 절친한 친구로 노력파인 명진, 그리고 피아니스트 지은의 삼각관계를 그린 영화다.
구혜선은 단편 '유쾌한 도우미'(2008)로 이미 감독 신고식을 치렀다. 14분 분량의 이 영화는 작년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데 이어 올해 일본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중견 배우 박중훈도 감독에 도전한다.
박중훈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영화감독을 하려 한다. 오랜 시간 그런 생각을 했다"며 "작가와 시나리오를 쓰러 서울을 떠나 열흘간 조용한 곳에 간다"고 밝혔다.
이어 "배우로는 출연 안 할 것"이라며 "내년에 촬영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영화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람 얘기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장편을 찍지 않았지만 배우 유지태는 그간 여러 편의 단편영화를 찍었다. '자전거 소년'(2003)으로 데뷔한 그는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2005), '나도 모르게'(2008) 등 3편의 영화를 직접 만들었다.
정우성은 자신이 직접 연출한 뮤직비디오 모음을 한 편의 단편영화로 묶어 2002년 신인 감독들의 등용문인 미장센 단편영화제에 출품하기도 했다. 그는 장편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배우 출신의 감독으로 최근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는 양익준이다. '똥파리'로 23개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쓸어담은 그는 이제 배우보다는 감독으로서 더 주목받고 있다. 배우 방은진도 2005년 엄정화 주연의 '오로라 공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국내에서 배우들의 감독 도전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할리우드를 비롯한 해외 영화계에서 배우의 감독 데뷔는 비일비재하다. '더티 하리' 시리즈로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현재 손꼽히는 거장 감독이 됐고 케빈 코스트너, 조디 포스터, 덴젤 워싱턴, 나탈리 포트먼 등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감독에 도전했다.
지난 23일 폐막한 제63회 칸영화제에서 '순회 공연'으로 감독상을 받은 마티유 아말릭도 프랑스의 이름난 배우다.
배우들은 왜 감독이 되고 싶어할까. 단편 영화를 찍으면서 사재를 털 뻔했다는 구혜선이 밝힌 이유는 이렇다.
"20-21살쯤 처음 연기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그저 카메라 앞에서 시키는 대로만 했던 것 같아요. 생각 없이 연기를 한 셈이죠. 이후 현장에 계속 있다 보니까 대본을 한 번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카메라 앞에서 여러 감독을 경험하고 또 연기를 하면서 현장을 공부하다가 연출 욕심이 생긴 거죠."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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