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톤 프로젝트는 차세정이라는 음악인의 솔로 프로젝트다. 정규앨범 발매 전 <긴 여행의 시작>이란 EP로 2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많은 주목을 받았고, 그가 만들어낸 곡들은 ‘우리 결혼했어요’와 ‘지붕뚫고 하이킥’ 등의 프로그램에 쓰이며 대중적 성과도 이뤄냈다.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으며 발매된 첫 번째 정규앨범은 ‘적당’하다. 유희열로 대표되는, 이른바 ‘고급가요’라 불리는 1990년대의 가요 스타일을 적당히 품고 있고, 한편으론 홍대 인디 신의 모던록 같기도 하다. 과하지 않게 적당히 일렉트로닉의 요소도 담아냈다. 노래곡과 연주곡의 비율이 적당하게 조율했다.
이 적당함 속에서 앨범을 빛나게 하는 건 차세정의 송라이팅이다. 그의 음악은 (그가 속해 있는 레이블인) 전형적인 파스텔뮤직풍의 음악이지만, 파스텔뮤직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이라 해도 될 만큼 감성적이면서 귀에 감기는 멜로디를 담고 있다. 그가 1990년대 초중반에 데뷔했다면 그는 지금의 위치보다 더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