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아트센터 6월13일까지 출연 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차지연, 옥주현 문의: 02-6391-6333
알렉상드르 뒤마의 걸작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뮤지컬로 부활했다. 사랑과 증오, 배신, 복수 그리고 용서까지, 미스터리와 활극의 요소를 완성형으로 갖추고 있었던 1845년의 원작소설에 화려한 무대와 의상, 한바탕 칼싸움을 더한 작품이다. 한국 최고의 뮤지컬 배우 캐스팅이라는 점은 티켓 예매율을 높인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너무나 방대했던 소설보다는 2002년 개봉한 케빈 레이놀즈 감독의 영화 <몬테 크리스토>의 흐름을 잇는다. 에드몬드 단테스의 탈출과 그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복수하는 지점을 특히 부각시켜 극적 효과를 강조했다. 이 장면들이 뮤지컬의 장점인 노래와 춤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임성한의 TV드라마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방대한 서사와 엎치락뒤치락하는 비밀의 연쇄로 유명한 원작을 두 시간으로 압축하는 건 쉽지 않았을 터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영상효과를 활용해 로마와 파리, 알바섬, 해적선, 몬테크리스토섬 등의 배경 변화로 어드벤처영화의 느낌을 꾀한다. 특히 영상과 와이어를 이용해 에드몬드가 바다 위로 헤엄쳐 오르는 장면은 그 맛을 제대로 살렸다. 무대 위에서 무대 이상을 느끼고 상상하게 하기 위한 연출이 잘 맞아떨어졌다. 다만 몇 군데 무리한 시도는 있다. 빼먹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 중요한 순간의 한방이 약하다는 점. 잔인한 복수의 서막을 알리는 복선이나 반전, 온몸을 전율케 할 잔혹한 클라이맥스가 증발해버렸다.
그럼에도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웰메이드 뮤지컬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의 솜씨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도 빛난다. 그중 에드몬드와 메르세데스가 서로를 그리워하며 부르는 <언제나 그대 곁에>(I will be there)는 압권. 복수심에 불타오르며 에드몬드가 부르는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Hell to your doorstep), 메르세데스가 과거를 회상하며 부르는 <온 세상 내 것이었을 때>(When the world was mine)도 귓가에 맴돈다. 또한 최대치의 역량을 보여준 배우들의 힘이 크다. 에드몬드/몬테크리스토(류정한)와 그의 연인 메르세데스(차지연)은 물론 악역 3인방(몬데고, 빌포트, 당글라스), 그리고 파리오 신부, 루이자, 자코포, 알버트 등의 조연 역시 캐릭터의 개성을 충분히 살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