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근호, <즐거운 상상-Robots>, 스틸, 가변설치, 2009
장난감이 더이상 장난감이 아닌 시대다. 인형에게 말 걸고 애정표현을 갈구하는 건 예사고, 어떤 이들은 심지어 인형과 부부의 연을 맺기도 하니 말이다. 확실히 요즘 시대의 장난감은 인간에게서 구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충족시켜주는 판타지와 같은 존재다. 아트 토이를 주제로 한 롯데갤러리의 전시 제목이 ‘드림메이커’라는 건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드림메이커: 아트 & 토이전>은 열여덟명의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컬렉터의 아트 토이 1천여점을 모은 대규모 전시다. 장난감을 주제로 작업하는 국내 작가와 이름이 널리 알려진 피겨 수집가들이 총동원됐다. 철저하게 고증하여 만든 역사 피겨물부터 명품과 매치해도 손색이 없는 콜라보레이션 의류까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몇 작품을 소개해보자면 먼저 조각가 고근호는 찰리 채플린과 마릴린 먼로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을 금속 재질의 로봇으로 제작해 유년 시절의 향수를 추억한다. 간결하고 매끄러운 몸과 딱 떨어지는 단조로운 색상이 매력적이다. 피겨 아티스트 김만진의 작품은 사실적이다. 속사정을 듣고 나면 경의마저 바치고 싶다. 그는 밀리터리 피겨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데, 미술 해부학과 역사적 문헌을 두루 섭렵한 뒤에야 작품에 들어갈 만큼 완벽주의적인 피겨만을 고집한다. 특히 주력 분야라는 2차 세계대전 독일군 피겨를 보고 있으면 당시 상황에 맞는 복장과 표정을 인형으로 ‘복원’해낸 그의 꼼꼼함에 놀라게 된다. 한편 귀여운 가구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가구 디자이너 박서연은 책상과 의자다리마다 빨간 양말을 신겨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을 장난감화하기 위함이다. 이 밖에도 일본 메디콤토이의 유명 곰인형 베어브릭과 한국 최초의 플랫폼 토이라 불리는 윕(Ouip)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전반적으로 밝고 재치있는, 장난감의 본래 기능을 환기시키는 작품들이 많다. 어쩌면 이건 장난감을 좋아하고 즐겨 만드는 사람들의 공통 정서일지도 모르겠다. 작품이 많은 관계로 롯데갤러리를 포함하여 명동 에비뉴엘의 층마다 다른 작품이 전시되니, 작품과 작가의 이름을 꼼꼼히 확인하며 관람하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