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DVD > DVD
[dvd] 축구 소년 질의 성장스토리
이화정 2010-04-16

<질-오프 사이드> Buitenspel

2005년 감독 얀 베하이옌 상영시간 90분 화면포맷 2.35: 1 와이드 스크린 음성포맷 DD 스테레오 한국어 자막 없음 출시사 베네딕도 미디어

화질 ★★★☆ 음질 ★★★☆ 부록 없음

축구가 한 남자의 인생에 끼치는 영향력은? 대답은 이미 닉 혼비의 자전적 소설 <피버 피치>에서 명백하게 결론났다. 동명의 영화로도 증명된 바 <피버 피치>의 축구광에게 축구는 절대적인 무엇이다. 어릴 적 아빠 손을 잡고 간 축구장에 대한 추억은 그를 아스날팀의 광팬으로 변모시켰다. 아스날팀의 향취를 느끼기 위해서라면 그는 터무니없이 비싼 집값에도 불구하고 전용 경기장 근처에 집을 얻는 모험도 강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 축구 같은 만국공통의 스포츠에 영국 남자만 혹했을 리 없다. 벨기에의 열두살 소년 질(일리야 반 말더겜)에게서도 축구광 닉 혼비적인 면모는 다분히 엿보인다.

질의 축구 사랑은 역시 축구에 관한 한 사족을 못 쓰는 아빠에게서 비롯됐다. 부상으로 벨기에 축구팀 선수가 되는 꿈을 접어야 했던 질의 아빠 베르트(필립 피터스)는 아들이 자신의 꿈을 이뤄주길 바란다. 다행히 질에겐 축구 영재로서의 소질도 다분하다. 브라질의 축구영웅 ‘가린샤’가 우상이었던 아빠처럼 질 역시 영웅 가린샤처럼 되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하지만 아들의 경기를 응원하던 도중, 급격히 흥분한 베르트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면서 질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게다가 갑자기 닥친 발목 부상, 엄마의 새 남자친구를 향한 질투, 그리고 막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할 때의 혼란스러움이 한꺼번에 그를 괴롭힌다. 질을 가장 들뜨게 만들었던 축구는, 이제 아빠의 죽음과 함께 그를 괴롭히는 존재가 됐다. 축구로 말문을 열지만 결국 <질-오프 사이드>의 본론은 아빠의 죽음 이후 어린 소년에게 닥친 변화다. 자신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존재의 상실. 뜻하지 않게 감내해야 하는 성장의 고통. 영화에서 질의 혼란을 해결해줄 유일한 창구는 바로 질 앞에 나타나는 아빠의 혼령이다. 질은 마치 살아 있을 때와 똑같이 그를 축구선수로 독려하고 코치해주는 아빠의 존재를 느낀다. 질은 자신의 외로움이 만들어낸 아빠의 망령에게 때로 의지하고, 때로 대들기도 하면서 마음속의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질-오프 사이드>는 네덜란드영화 <인 오렌지>(In Oranje, 2004)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오렌지 군단’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국가대표 축구팀에 들어가길 원하는 소년 렘코가 아빠의 죽음으로 겪는 혼란을 고스란히 벨기에 소년으로 옮겨온 격이다. 성장영화 <인 오렌지>의 성공 사례를 고스란히 재현하자는 이유에서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할리우드영화의 현란한 특수효과나 영웅의 출현없이, 소박한 축구공 하나만으로 <질-오프 사이드>는 2005년 벨기에 박스오피스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화제작이 됐다. 주로 독립영화의 제작·배급을 시작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얀 베하이옌 감독은 작은 규모지만 안정적인 상업영화를 연출하는 것으로 호평받아왔다.

주인공 질을 연기한 일리야 반 말더겜은 이 영화 한편이 필모그래피의 전부인 소년이다. 전문적인 배우로서의 노련한 연기 대신, 거칠지만 자연스러운 또래 소년의 감수성을 역할에 녹여낸 덕에 그는 슈링겔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베르트 역의 필립 피터스는 <안토니아스 라인> 등에 출연해 왕성하게 활동하는 벨기에 배우다. DVD는 한국어 더빙으로만 제공되며 본편 외의 서플먼트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