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하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예쁘장한 여자애가 총총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 된다. 이 음악이 남다른 음악적 실천이나 내용의 전달보다는 노스탤지어로 치환될 수 있는 감수성을 겨냥하고 있다는 생각도 그 때문이다. <b>는 정박으로 탄탄하게 다져놓은 틀 위로 아기자기한 멜로디를 시나몬처럼 뿌려놓은 앨범이다. 음악과는 상관없이 ‘예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하얀 마법 속삭임> <Favorite> <나의 목소리> 같은 곡들은 순정만화의 한 페이지를 악보에 옮겨놓은 것 같은 순간을 내비친다. 손발이 오그라들지 모르지만 사실 그 순간에도 가슴 한쪽에 어딘가 그리운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너무 멀리 와버렸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아득하게 보이는 그 시절이 어른거린다. 이런 노스탤지어를 건드리는 건 톤 다운된 전기기타다. 그런 맥락에서 줄리아 하트는 90년대에 등장한 세련된 가요 정서를 반영하는 밴드이기도 하다. 그건 줄리아 하트의 음악적 근거가 팝과 가요의 접점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봄날의 소품으로 활용하기에도 충분하다.